"주택시장에 또 '풍선효과'"…외곽지역서도 신고가 '속출'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일부 지역에 한정되던 집값 상승세가 더 넓게 번지고 있다. 선호 지역 집값 상승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인근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며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데이터를 보면,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파크나인' 전용 84㎡는 지난 6일 11억7700만원(11층)에 거래된 것으로 나온다. 2021년 9월 기록한 최고가 12억9000만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거래액이다. 또한 죽전동 e편한세상죽전프리미어포레의 같은 평형은 지난 13일 7억2101만원(15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수원에서도 신고가는 속출하고 있다. 권선구 '수원하늘채더퍼스트 1단지' 전용 84㎡는 지난 14일 8억200만원(13층)에 신고가가 나왔고, 영통구 '영통롯데캐슬엘클래스 1단지'는 지난 19일 같은 평형이 8억9000만원(20층)으로 신고가를 다시 썼다.

가격 강세를 뒷받침하는 배경엔 거래량 증가가 자리한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29일 기준)은 1만4903건으로 전월(1만3116건) 대비 1800건 가까이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이 1557건으로 전월(1411건) 대비 100건 이상 늘었고, 용인(1610건)과 화성(1120건)도 각각 거래량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에 매수세가 몰리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인근 지역 집값 상승을 지목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과천, 판교 등 직주근접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면서 인근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8월 4주(26일 기준) 아파트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판교가 속한 성남 분당구는 99.87로 기준(100)인 2021년 6월 28일에 근접했다. 반면 수원(93.55)과 용인(92.74)은 분당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원·용인·성남은 판교가 시장을 이끄는 지역으로 볼 수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판교 집값이 인근 지역에 영향을 주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사례처럼 집값 상승이 인근 지역으로 퍼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차례로 개통하는 등 교통망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왕래가 편한 수도권 인근으로 수요자의 시선이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서울 주택 가격이 오르면 서울 외곽에 있는 지역이 뒤이어 움직인다"면서 "주택을 매수하지 않은 수요자 중 주택 가격 상승에 불안을 느낀 수요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인근 지역 랜드마크 위주로 매수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한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불투명하고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등 부동산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체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보통 먼저 오를 만한 지역에서 충분히 가격이 상승한 후 인근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지는데, 정부의 조치들이 변수로 나오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법칙이 얼마나 더 실현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