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늦어도 10월에는 이주할 수 있도록 한다더니 아직도 그대로네요. 조합과 입주예정자단체가 싸우는 상황에서 앞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14일 방문한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같이 토로했다. 공사비가 매달 상승하는 상황에서 사업이 멈춰서 사업 진행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불안이 커졌다는 것이다.
단지 내부에는 조합과 조합을 반대하는 입주예정자협의회(입주협)가 설치한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조합은 총회 개최 권한을 인정받은 만큼 빠른 재건축을 위해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입주협은 조합장과 이사를 동시에 뽑는 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맞서는 중이다. 복잡한 구도로 갈등이 얽혀있음을 암시하는 듯 단지엔 관리처분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다른 현수막에 가려져 있었다.
1983년 입주한 월계동신은 864가구 규모로 2000년대 중반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왔다. 2021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2022년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이 끝나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5층, 14개동, 107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순항하던 사업은 공사비가 발목을 잡았다.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시공사는 조합에 공사비 조정을 요청했고, 조합은 지난 3월 3.3㎡당 공사비를 기존 540만원에서 657만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이 공사비 인상에 반발, 4월 총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조합장과 임원 전원이 해임되기에 이르렀다.
조합 임원이 해임된 후엔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임된 조합 집행부는 4월 총회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서 임시총회결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대 측 또한 조합장 해임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총회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6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조합장 해임 총회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조합 집행부가 공석이 된 만큼 조합 이사를 선출하는 총회 개최 권한은 전 조합장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조합과 입주협이 모두 항고하면서 법적 다툼은 고등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다툼이 이어지는 동안 조합 업무가 마비됐다. 해임된 조합 집행부는 지난 4월 27일 이사를 선출하기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자 했지만 총회가 4차례나 연기되는 등 8월 현재까지 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18일 총회를 다시 열기로 했지만 갈등이 이어지는 만큼 총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사년 월계동신 입주협 대표는 "조합장이 총회 개최 권한을 받았다면 총회를 개최해 조합을 정상화하면 되는데 총회 개최를 위한 인원을 모으지 못해 계속 연기하고 있다"면서 "총회에서 이사와 감사를 뽑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위해서는 조합장이 필요해 한 번의 선출 총회로 조합장과 임원 전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입주협에서는 조합원 과반 이상의 정기총회 철회서를 받았다"면서 "한 번의 총회로 조합 집행부를 뽑자고 해도 소송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발생한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단지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1년이 지났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어 답답하다"면서 "다들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현수막을 내걸며 소송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가장 큰 문제는 총회 직전 조합장이 해임된 것"이라면서 "총회 개최는 확정됐는데 조합 집행부가 공석이 되니 그 총회를 누가 개최할지 싸우느라 시간만 쏟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처음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을 때는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이주 후 철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내년에 이주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조합이 정상화돼서 이주와 철거가 진행되기만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공사비를 협의한 후 약 6개월이 지났음에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공사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현장에서는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추가 공사비로 인한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이 단지는 시기를 잘못 잡은 것 같다"면서 "3월 시공사와 조합은 공사비를 약 22% 인상하기로 협의했는데 그 이후로도 공사비 지수는 오르고 있으니 시공사에서는 당연히 공사비 추가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조합에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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