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최종 결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간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당내 중진들까지 지지하고 나선 가운데 나온 결단으로, 그 의중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를 통해 1219명에 대한 '광복절 특사'를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사면안을 재가했다. 한 대표와 당내에서 김 전 지사의 '여론 조작' 전력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그의 복권은 현실화 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복권이 국민통합을 여망하는 대통령의 결단이며 2022년 12월 김 전 지사 사면 당시 이미 잠정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복권 시점' 두고 논란 여전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 시점이 상당히 당겨졌다는 게 정치권의 여전한 분석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야권 분열을 노린 복권이라면 21대 대선에 임박했을 때 더 파괴력이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한 대표와의 파열음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0월 사법리스크'를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다음 달 각각 결심 공판이 예정돼 있고 이르면 10월 중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각 혐의가 유죄로 판단 될 경우 사법부는 적절한 형을 두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 영장 기각 사례에서 확인됐 듯 (사법부 역시)여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했다.
"현직 야당 대표, 증거인멸 염려 없어"
실제로 법원은 지난해 9월 '위증교사와 '백현동 개발비리'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여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대권 잠룡 야당 대표 봐주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앞의 관계자는 "특히나 사법부 근간을 흔드는 위증교사 등 유죄 혐의를 두고도 (사법부가)여론에 위축된 상황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사법부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고 봤다. 김 전 지사가 복권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하게 되면 21대 대선에서 이 전 대표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법부로서는 이 전 대표가 유죄로 판단 될 경우 양형 산정에 부담을 덜 게 될 거라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히고 김 전 지사가 대안으로 나서는 게 여권의 '긍정 이슈'인가에 대해선 회의적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오히려 상대하기 쉬울 수 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나 김부겸 전 총리가 급부상하면 오히려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용산 입장에서는 괜찮은 카드일지는 몰라도 여당 입장에서는 (김 전 지사 같이)죄질이 나쁜 인물에게 면죄부를 줘 오히려 대선주자로 키워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김경수 복권', 여권 호재 맞나
실제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는 민주당이라는 과녁을 빗나간 김 전 지사의 복권 파장에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이 전 대표의 '일극 체제' 균열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한 대표에 이은 여당 중진들의 반대로 당정 파열은 더 커졌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영수회담에서 김 전 지사를 복권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 전 대표가 이를 거절했다는 말이 뒤섞이면서 '진실 공방'까지 벌어졌다.
김 전 지사 복권 결정 이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통령 통치 행위 속 고유 권한이고 존중돼야 한다"고 진화에 나서고 한 대표 역시 한 발 물러나면서 당장은 봉합수순으로 들어선 듯 보인다. 그러나 한 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미 결정된 것이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뒷말을 남기면서 당정-당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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