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손 회장 시절에 이미 은행과 금융지주 안팎에서 이와 관련한 소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 전 회장의 고문 계약 위촉을 한 현 임종룡 회장이 이런 사안을 전혀 몰랐는지도 구설에 오른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수시검사 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계가 있는 11명의 차주에 총 454건의 부당 대출을 취급했다고 밝혔다.
해당 차주들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대표로 있거나 대주주로 등재된 회사였다. 원리금 대납이 있던 대출까지 포함하면 총 61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중 9명의 차주에 실행된 162억원은 친인척이 실제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자금이 손 전 회장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소송 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나온다. 부정 대출이 시작된 때는 손 전 회장이 금감원의 문책경고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2020년 3월 4일로부터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 제보에 의한 수시 검사?
이번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혐의자가 금융그룹 최고 책임자인 전 지주 회장이라는 점이다.
금감원은 또한 '제보에 의한 검사 착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보를 받고 수시 검사에 착수한 것이 지난 6월인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에 관련 내용이 통째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한 달 남짓에 부정 대출 전모를 파헤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주목할 건 이번 부정 대출 집행 승인권자인 지역 본부장(갑)의 면직 시점이다. 우리은행은 참고자료에서 갑을 지난 3월에 면직 처리했다고 했다. 우리은행이 관련 내용을 자체적으로 파악했고, 본부장을 면직 처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관련 내용을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에 보고 의무가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은행은 자체 검사로 부정 대출을 파악하고, 내부적으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내용이 금감원에 제보 형태로 넘어갔고, 결국 금감원이 나서 손 전 회장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는 얘기가 된다.
◇ 행내에선 이전부터 관련 소문 있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다시 미궁으로 빠져든다. 우리은행이 애초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파악은 했지만 내부적으로 묻은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감독원의 검사 결과 자료와 우리은행의 해명 자료에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면직 처리한 본부장(갑)과 관련 직원들을 감독원의 검사가 마무리된 지난 9일에서야 뒤늦게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우리은행은 다만, "영업점장 전결 여신을 이용한 분할 대출 취급과 담당 본부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 대출 차주의 위조 서류 제출 등 여신 심사 절차가 소홀한데 기인해 특정인에 의한 지배관계를 대출 취급 전 파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행내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 소문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우리은행 출신 금융권 관계자는 "2020년에도 우리은행 내부에선 손 전 회장의 부당 대출에 관한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은행이 내부적으로 묻었는데, 제보의 형태로 관련 사항이 금감원으로 넘어간 것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아마도 직위가 상당히 높은 전현직 우리은행 관계자일 것으로 추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는 임종룡 회장의 지휘권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어서다.
◇ 고문 위촉한 임종룡에 불똥 튀나
지난해 3월 임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손 전 회장과 2년 고문 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4억원, 별도 업무추진비와 사무실, 차량, 기사 등을 제공했다. 문제는 이 시점에 임 회장이 손 전 회장과 친인척의 부정 대출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다.
언뜻 보면, 금융권에 다시 진입한 임 회장이 관련 사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미 행내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돌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아주 몰랐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도 무리다. 게다가 임 회장은 장관급 금융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에서 떠돌던 소문이라면 임 회장도 어느 정도 인지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임 회장의 손 고문 위촉과 관련해 시민단체에서 배임 의혹을 제기하자, 이사회를 열어 고문 계약을 해지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차주 및 관련인의 허위 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고지한 만큼,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주목받고 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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