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청약통장 가입자가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당첨 후 자금동원에 한계를 느끼거나 가입자 가점이 상향 평준화되며 당첨 확률이 크게 낮아지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공공분양주택 청약 시 월 납입금액 인정액을 늘리면서 청약통장 가입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보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0만6389명(6월 기준)으로 전달 대비 3만7415명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588만2064명)과 비교하면 37만명 이상이 청약 시장을 떠난 셈이다.
민간·공공 주택 청약을 위해 필요한 청약통장은 과거 내 집 마련의 필수로 여겨졌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인구수 5177만5000명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매년 청약통장 가입자는 감소하고 있다. 2021년 12월 31일 기준 2677만2724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2638만1295명 △2023년 2561만3522명으로 줄었으며 올해에도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통장 가입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치솟은 분양가가 지목된다. 과거 주택 분양가는 인근 단지 실거래가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청약 프리미엄'으로 불렸다. 하지만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여파로 아파트 공사비가 오르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은 분양가가 인근 구축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신규 청약의 매력이 떨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지난 6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당 564만4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4.86% 늘었다. 서울은 1267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1.02% 급등했다.
분양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부 단지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몰려 경쟁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1·2순위 청약 결과 178가구 모집에 9만3864건이 접수됐고 화성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 294만명 이상이 몰렸다.
이에 더해 2009년 5월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올해 15년차를 맞아 무주택 기간 만점을 기록한 수요자가 1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난 점도 청약을 포기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15년 이상 가입자는 187만3403명이다.
청약통장 가점은 통장 가입기간 14년 이상 15년 미만 16점, 15년 이상이면 17점을 부여한다. 올해부터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자가 등장한 만큼 향후 가입자 평균 청약 가점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인천 검단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등 분양가 상한제 단지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수 등을 고려한 가점제 비중이 높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청약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분양한 제일풍경채 운정은 전체 주택의 40%를 가점제로 선정했다. 단지는 1·2순위 청약 결과 209가구 모집에 2만6449건이 접수돼 경쟁률이 126.55대 1에 달했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이제는 청약을 하고 싶어도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면서 "주택 가격이 저렴한 분양가 상한제 단지를 노려도 경쟁률이 너무 높고 추첨보다 가점 비중이 높아 젊은 세대는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9월부터 공공분양주택 청약 시 인정되는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을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일각에서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달에 25만원을 납입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청약 해지자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한 달에 25만원 내는 수요자가 청약 시 우선권을 가지게 되면 기존에 10만원을 납입하던 수요자는 납입 금액을 늘리거나 청약 통장을 해지할 수 있다"면서 "여유가 있는 수요자는 납입금액을 높일 수 있겠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는 수요자는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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