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흰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의 올해 가격 인상 폭 발표를 앞두고, 유업계를 포함한 식품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도 원유 가격이 오른다면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발표할 전망이다. 국내 원유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아닌 유업계와 낙농가의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구조다.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11일부터 10차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진행했고, 최근 들어 진전된 안을 두고 막판 조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은 생산비 상승분에 지난해 음용유(마시는 우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상황을 감안해 생산비 상승분(ℓ당 44.14원)의 0~60%인 ℓ당 0~26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논의 결과에 따라 원유 가격이 동결될 수도, 최대 ℓ당 26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재 유업체들과 협상 중재에 나선 정부는 흰우유 수요 감소, 물가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낙농가는 꾸준히 줄고 있는 농가 소득을 고려하면 올해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해에는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 폭을 논의해 음용유 기준 가격을 ℓ당 88원 올린 바 있다.
유업계는 최종 협상안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낙농가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원윳값이 오르고, 이는 곧 흰우유 가격 인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우유는 특성상 원가 비중이 높고 기타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사실상 이윤이 남는 제품이 아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필연적으로 흰우유 가격도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오른 만큼 원유를 덜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 제도상 유업체는 일정 물량의 원유를 의무 매입해야 한다. 생산량 조절이 어려운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문제는 저출산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우유 수요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단 점이다. 우유 소비량이 줄어도 구입량을 유지해야 하기에, 유업체들은 남은 우유를 고형분으로 가공해 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유 가격 인상 폭에 주목하는 건 유업계 뿐만은 아니다. 카페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체와 치즈, 발효유,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을 만드는 식품업체들 역시 숨죽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흰우유 가격이 오를 경우 이를 원재료로 쓰는 식품들의 가격도 함께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인상 요인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유 가격마저 오른다면 더 이상 원가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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