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한 10일 부산을 찾아 당 개혁을 이끌어 '이재명의 민주당'에 맞서겠다며 부산·울산·경남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원희룡·한동훈·윤상현·나경원 후보는 이날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정견 발표에서 민주당의 묻지마 식 탄핵·특검 추진을 '후진국 정치'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당 위기를 수습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끌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영남권은 국민의힘 당원 40%가 집중돼 있어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합동연설회가 시작된 오후 2시에 가까워지자, 각 당협에서 모여든 인파로 벡스코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원들은 홍보 플래카드를 들고 지지하는 후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응원가를 부르거나 피켓을 흔드는 등 열띤 응원전을 보였다. 행사장 진입을 위한 경호가 엄격하게 진행되면서 한꺼번에 몰려든 참석자 간 충돌을 빚는 모습도 연출됐다.
황우여 비대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부울경 각 시도위원장 인사에 이어 김정식·진종오·김은희·박상현 등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 박용찬·인요한·김형대·김민전·김재원·이상규·함운경·박정훈·장동혁 등 최고위원 후보 9명의 정견발표가 이어지고, 당 대표 후보자들이 단상에 오르자 오디토리움 장내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원희룡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를 겨냥해 "중대 범죄 혐의자 1명을 지키기 위해 묻지마 특검과 탄핵을 밀어붙인다.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통과시켰다"며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당원들에 호소했다. 또 '동지 의식'을 강조하며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한 당정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원 후보는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며 "당과 정부가 뭉쳐서 민생에 집중하고 국정 성과를 내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자신이 국정 경험과 대통령과 신뢰에 기반해 소통이 가능한 적임자라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저를 이렇게 부르시는 이유가 뭔가. 저를 이렇게 쓰고 버리기에는 100일은 너무 짧다 아닌가"라며 "저라면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무도한 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 아닌가. 그렇게 할 수 있다.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원희룡 후보와의 신경전도 계속됐다. 한 후보는 전날 첫 TV토론회에서 네거티브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원 후보를 향해 "하루 만에 신나게 마타도어 하는 것은 구태정치"라면서 "이런 것 청산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한동훈 캠프는 이날 연설회 참석에 앞서 원 후보 보좌진이 청담동 술자리 허위 폭로의 장본인인 강진구가 운영하는 유튜브 '뉴탐사'의 한동훈 후보 가족에 대한 비방 영상을 퍼 나르고 있다"며 "네거티브 공방을 멈추겠다고 선언해 놓고 어떻게 이런 행위를 하는지 어안이 벙벙하다"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원 후보는 정견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대해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승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것이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괴멸적 참패에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면서 당 중앙을 향한 분노의 혁명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특히 '줄세우기', '계파정치'를 "우리 당을 폭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줄을 세우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있다면 강하게 거부해 달라, 그들의 말은 달콤하지만 우리 당을 병들어 죽이게 하는 독이 들어 있다"고 호소했다. 또 "두 번의 무소속 선거를 비롯해 단 한 번도 평탄한 적 없었지만, 수도권 험지에서 민주당 후보를 격파하며 내리 5선을 했다. 이기는 정당은 이기는 선거를 해 본 사람만 만들 수 있다"며 자신이 '이기는 정당'을 만들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 행보를 '초보 정치'에 빗대어 비판하면서, 자신만의 노련한 전략과 전술을 내세웠다. 그는 "법사위를 장악한 민주당이 기상천외한 탄핵 청문회를 강행하고 있다"며 "말솜씨로 이겨낼 수 없다, 이미지 정치로 이겨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한 후보를 겨냥, "국정농단, 특검 그들의 덫에 걸려드는 초보 정치로도 이겨낼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금의 국민의힘에는 원내투쟁에 전면 나설 수 있는 현역의원 장수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현역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이들은 부울경은 지난 총선에서 '범야권 200석'이라는 탄핵 저지선, 개헌 저지선을 지켜준 지역이라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각 후보들은 △부울경 메가시티 △산업은행 이전 △북항 재개발 △경부선 철도 지하화 △우주항공 △K-방산 △원전 메카 △자율주행 AI 중심지 등의 지역별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난 총선을 지휘했던 한동훈 후보는 "부산·울산·경남은 이번에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살려 주셨다. 총선 직전 저희 내부 분석으로는 80~90석을 밑돌았다"며 "그때 택한 전략이 부산·울산·경남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여러분이 나서주셨고 결국 200석 탄핵저지선, 개헌저지선을 지켜주셨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는 지난 8일 광주에서 열린 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어 두 번째다. 대구·경북(12일), 대전·세종·충북·충남(15일), 서울·인천·경기·강원(17일) 순으로 합동연설회가 이어진다.
/부산=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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