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에 대한 공판에서 "배 전 대표가 사모펀드(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에게 SM 주식 1000억원 어치를 매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증언을 두고 변호인단은 혐의를 부인했다.
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가 진행한 공판에서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부문장은 지난해 2월 10일(하이브의 SM 공개매수 시작) 배 전 대표와 지 회장 간에 전화를 연결해주고 그 자리에서 통화 내용도 함께 듣게 됐다고 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 부문장은 "(당시 통화에서) 배 전 대표가 지 회장에게 1000억원 정도 SM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배 전 대표가 지 회장에게) SM 산하에 브랜드 마케팅과 굿즈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곳들을 정리해서 (지분 매입에 대한 대가로) 해당 사업을 사모펀드(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였다가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간 상거래 플랫폼 그레이고)에 줄 수 있다고 했다"며 "이에 대해 지 회장은 '펀드 증액 등 관련 절차를 거치면 다음 주쯤이면 될 거다'라면서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부인해 온 카카오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이 부문장에게 "증인(이 부문장)은 두 사람의 통화 전체를 듣기는 했지만 배 전 대표가 지 회장한테 12만원 이상으로 SM 주가를 올려 달라고 말했는 지와 관련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것이 맞나"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이 부문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배 전 대표 외에 지 회장은 펀드 자금을 동원해 363회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 매수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측 변호인은 "증인(이 부문장)은 지 회장에 대해 돈에 대한 집착이 굉장한, 피곤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며 "그런 지 회장이 1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SM 지분을 매입하고도 배 전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약속을 지킬 건지, 이행 방안에 대해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건 납득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펀드 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실제 수익을 얼마나 낼 지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기 마련"이라며 "1000억원 어치라고 하면 (이 돈으로) SM 주식은 몇 주를(얼마나) 사게 되는 건지, 예를 들어 주식을 14만원에 살지, 14만5000원에 살 지로 몇십억원씩 차이가 나는데 이런 부분도 정하지 않고 (지 회장이) 바로 하겠다(SM 주식을 사겠다)고 하는 점은 의문이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또한 "넘겨 받기로 한 SM 굿즈 사업의 매출은 얼마이며 (그레이고의) 지분을 전부가 아닌 일부 보유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통해 사모펀드가 얻게 될 수익은 얼마일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주장을 뒷받침했다.
검찰은 배 전 대표 등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SM 지분을 매집한 사모펀드가 카카오와 특수 관계라고 판단, 카카오가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대량 보유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구속된 지 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재판부에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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