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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비만·당뇨병 치료제 어떠세요?"


美 행사에 동아에스티·한미·대웅 등 참석…신약·후보물질 임상 발표
위고비·젭파운드가 140조 시장 장악…"체중 감량에 혈당 조절까지"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당뇨병 환자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비만.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혈당 조절에 체중 감량까지 가능한 덴마크산 의약품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미국 '젭파운드(성분명 티제파타이드)'가 잇달아 출시되며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각자 개발 중인 비만·당뇨병 신약 또는 후보물질의 경쟁력을 가늠키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당뇨병학회에 참석해 연구 성과를 알렸다.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 젭파운드의 일라이릴리 역시 학회에 참석한 마당이어서 향후 K-제약의 글로벌 경쟁력이 먹혀들지 주목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제84회 미국 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이하 ADA)는 이달 24일(현지 시간)까지 나흘간 플로리다주 올랜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ADA는 매해 비만·당뇨병 관련 대사질환 전문가 1만여 명이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회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한데 모여 각 사의 비만·당뇨병 의약품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학계 또한 관련 최신 학술 지견과 개정된 치료 지침을 공유하는 자리다.

세계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덴마크 기업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가 패권을 쥐고 있다. 이 두 회사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에 작용하는 의약품인 위고비와 젭파운드를 각각 시장에 내놓으며 큰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두 의약품 모두 혈당 조절은 물론 체중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위고비의 글로벌 매출액은 약 45억 달러(한화 약 6조2000억원)를 기록했으며, 젭파운드는 올해 1분기에만 매출액 5억1740만 달러(한화 약 7000억)를 달성했다. 앞서 GLP-1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소화 속도를 감소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등 혈당 조절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세계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이 지난해부터 2032까지 연평균성장률 30.2%로 고속 성장해 1000억달러(한화 약 138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이번 학회를 통해 자사의 비만·당뇨병 신약과 후보물질의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에스티와 한미약품, 제웅제약이 그 주인공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인 뉴로보파마슈티컬스와 개발 중인 비만·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DA-1726'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DA-1726은 GLP-1, GCG(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 말초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GCG는 포만감을 조절하는 등 지방 조직에 저장된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하는 호르몬이다.

전임상은 쥐 실험을 통해 진행됐으며 DA-1726을 비만 쥐에게 투여해본 결과, 체중이 2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콜레스테롤·혈당·체지방량 수치가 각각 67.7%, 54.7%, 31.4% 줄어들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이번 전임상 연구 결과를 통해 DA-1726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비만 치료제로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도록 후속적으로 집중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HM15275'에 대한 4건의 전임상시험 결과가 24일 공개됐다. HM15275는 GLP-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GCG 수용체에 작용하는 삼중작용제다. 즉 세 가지 수용체의 작용 기전을 결합한 형태로,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체중 감량을 보이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IP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이점을 높이는 한편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같은 GLP-1 작용제의 위장관 부작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한미약품은 이 세 가지 약리작용을 통해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 비만과 관련된 만성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HM15275는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1상 계획(IND)을 승인받았으며, 쥐를 대상으로 한 3주 차 투여 실험에서 체중 39.9%를 감소시킨 효과를 보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최근 비만 치료제 개발의 화두는 체중 감량률을 높이면서 동시에 근육 감소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연말에는 HM15275에 이어 신개념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이 발표한 내용은 국산 36호 신약인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의 경증 신장 기능 장애 환자에 대한 임상 3상 결과다. 다만 엔블로는 GLP-1 계열이 아닌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 계열 약물이다. 지난해 출시됐으며 주로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쓰인다. 여기서 SGLT-2는 신장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단백질로, 이를 억제하면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돼 혈당이 낮아진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될 연구 결과는 엔블로와 또 다른 당뇨병 의약품인 '메트포르민'을 함께 사용한 병용 임상 3상에 대한 통합 분석 결과"라며 "임상에서 보인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파글리플로진(상품명 포시가)은 영국 기업 아스트라제네카가 글로벌 최초로 개발한 SGLT-2 억제제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2018년 302만8128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2년 368만7033명으로 집계됐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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