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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법 리베이트' 언제까지


기자수첩 [사진=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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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중소 제약사인 고려제약이 최근 입길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좋은 일은 아니다. 경찰은 1000여 명에 달하는 의사가 이 회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현금이나 가전제품 등 물품을 받거나 돈 대신 호텔 쿠폰, 골프 접대, 자동차 리스비 등을 받는 등 갖은 창의적인 방식이 동원됐다.

문제는 이 사건이 고려제약의 단순한 일탈이 아니란 점이다. 의사와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업계 누구도 공공연히 말하진 않지만, 처방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크다. 범죄가 관행이 된 셈이다.

불법 리베이트 수사는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어서 업계 분위기가 무겁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의료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경찰이 불법 리베이트 수사 확대를 예고하자 "의사를 협박하면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경찰의 수사가 표적 수사에 가깝다는 주장을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설령 의도가 있더라도 불법이 있었다면 그리 큰 목소리를 낼 입장은 아닐 터다.

정부 잘못도 있다. 매번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본질은 건들지 못하고 있다.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의료진이 받는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되면 의료인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의사 면허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3회 이상 자격정지 처분을 받거나 자격정기 기간에 의료행위를 할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과징금에 더해 약가 인하, 급여 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지고 사명이 대대적으로 공개되는 제약사와 입장이 다르다. 의사 입장에선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이익이 처벌보다 크니 안 할 이유가 없고, 제약사는 생사여탈권을 쥔 의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불법 리베이트는 환자에게 적합한 의약품 대신 의료인에게 이익이 되는 의약품을 선택하게 하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한다. 약 처방액을 정해두고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 의약품을 과잉 처방해 국민 건강권을 해치고, 더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불법 리베이트 근절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진실공방, 기싸움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를 촉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짚고, 강력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불법 리베이트 꼬리표를 스스로 떼기 위한 의사, 제약사의 꾸준한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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