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가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4파전 윤곽을 잡은 가운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마 선언 이후 친윤 vs 친한 vs 비윤 구도가 이번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친윤계(친 윤석열계) 핵심 인사인 원 전 장관의 출사표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전대 판도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희룡, 윤심 작용했나…전격 출마 선언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지난 4·10 총선을 지휘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20일 저녁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고,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격려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같은 날 오전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당 대표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의 출마가 공식화되자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라는 반응이 빠르게 확산했다.
원 전 장관이 출마 결단을 굳힌 바로 전날인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며 이러한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대통령 특사로 엘살바도르에 다녀온 것에 대해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으나, 출마 발표 시점을 고려하면 전당대회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도 높다.
원 전 장관의 결단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 등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전향적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7·23 전당대회 가장 먼저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윤상현 의원은 원 전 장관에 대해 "며칠 전만 해도 저에게 (전당대회) 안 나오겠다고 했다"며 "총선에서 패배했으니 자숙의 시간인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1일 <아이뉴스24>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통화와 관련해 "당연히 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나. 대통령이 1호 당원 아니냐"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여당 차기 당 대표에 대해 "대통령실에서야 주의 깊게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어떤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설정하지 않는다"라며 "선출되는 새 대표와 건전한 당정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원칙론을 폈다.
◇한동훈 '껄끄러움'·나경원 '트라우마' 여전
한 전 위원장이 지난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과 대통령실로부터 위원장 사퇴 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불편한 진실'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과의 관계가 과거보다 소원해진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고서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사이에 해소되지 않은 '껄끄러움'이 남아있다는 전제에서 보면,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있어 총선 참패 이후의 당 개혁을 이끌고 건전한 당정관계를 모색해 볼 수 있는 '제1의 적임자'로 필터링될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 '원내 인사'에다가 높은 인지도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윤심'에서 배제됐던 트라우마가 있다. 윤 대통령이나 나 의원으로서도 서로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3·8 전당대회 국면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나 의원을 해임하고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구상을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이례적으로 브리핑하면서 나 의원을 압박했었다. 이후 친윤계 초선들이 나 의원의 대표 불출마를 압박한 '연판장 사건'이 불거졌다. 그는 결국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기현 당 대표가 선출됐다.
나 의원은 이날 "지금 제2의 연판장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친윤계의 '원희룡 지원설'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줄 세우고, 줄 서고, 대통령실을 팔거나 또는 제2 연판장 같은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등 이른바 '무계파' 색채로 이번 전당대회에 나서고 있다.
◇제1 적임자 원희룡? "한계 뚜렷" 평가도
결국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고서는 당권을 잡을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한동훈의 대항마로 내세울 만한 인물은 원희룡뿐이라는 결론에 윤 대통령이 도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원 전 장관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으나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지냈고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아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 전 장관은 기본적으로 원칙을 고수하기보다는 유연한 대응이 되는 인물"이라며 "대통령을 만났더라도 먼저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정도로 대통령이 쳐다보는 방향을 맞춰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한 전 위원장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 말대로 원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가장 먼저 험지로 출마하면서 '퍼스트 펭귄'으로 본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천 계양을 '명룡대전'에서 낙선한 사실은 당을 위한 '희생정신'보다는 당 대표로서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로써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윤심이 원 전 장관에 있다 한들, '어대한'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시대정신을 무시할 수 없다. 한동훈이 능력이 뛰어나고 뭔가를 보여줘서가 아니라 나머지 3명의 후보로는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당원과 지지자들이 나머지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5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은 당 험지인 수도권에서의 5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당의 외연을 영남에서 수도권으로 확장할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동훈, 원희룡 후보를 겨냥해선 "총선에서 패배했으면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한 전 위원장이 50% 이상의 지지를 받을지 여부 △결선을 치를 경우 한 위원장 이외 누가 오를지 등 두 가지가 관전 포인트다. 오는 7월 23일 치러지는 경선은 당원투표 80%와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5일 뒤인 28일에 결선을 치른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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