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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영역' 치매…약물 '도나네맙'이 해결할까


고령화 속 치매 환자 급증…유일 의약품 '레켐비'는 고가가 한계
FDA 자문위 도나네맙 승인 권고…"부작용·비용 관리되면 경쟁력"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집안 어르신을 모셔봤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현재 알츠하이머 발병률을 늦추는 의약품은 '레켐비(Leqembi)'가 유일한데, 이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로부터 승인 권고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는 해당 약물의 부작용 문제와 추후 상용화 시 처방 비용만 해결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픽사베이]

치매는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뇌 퇴행성 질환이다. 기억과 언어, 공간지각, 집중, 판단력 등 다양한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겨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영역이다.

치매에 걸리면 평소 조용하고 온순했던 사람이 쉽게 화를 내고 주변 가까운 사람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 심화로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했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내년 20.6%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초고령화 사회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의미한다.

고령화 추세 속에 치매 환자 수도 치솟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치매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수는 약 51만명에 달했다. 2021년에는 60만명대로 들어섰고, 이듬해 63만명 넘게 기록했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보면, 치매 환자 증가 현상이 국내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치매 환자가 약 550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2030년에는 7800만명, 2050년 1억3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 대해 혼동할 수 있는데, 이 둘은 같은 개념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정확한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뇌 속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tau) 등 이상 단백질이 축적됨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물질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뇌 기능을 손상하는지도 여전히 연구 중이다.

이렇듯 알츠하이머는 의사·연구자들 사이에서 '미지의 세계'라 불린다. 일부 환자는 가족력이나 특정 유전자 변이와 관련됐지만, 모든 환자가 유전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학계 일부는 생활, 습관, 신체 활동량 등을 이유로 꼽으나 이러한 원인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증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정복한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업계는 최근 FDA 자문위로부터 승인 권고를 받은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FDA의 최종 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미국 바이오젠의 '아두헬름(Aduhelm)'과 바이오젠이 일본 에자이와 공동 개발한 레켐비만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두헬름 판매가 중단되면서 현재 레켐비가 유일무이하다.

도나네맙이 승인을 받으면 레켐비와의 경쟁 구도는 불가피하다. 자문위의 승인 권고가 구속력이 있지 않지만, 그동안 FDA는 자문위의 권고 사항을 참고해 승인 여부를 결정했기에 승인이 유력시된다.

일라이릴리는 초기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76주간 임상 3상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도나네맙 투여군은 위약(플라시보) 투여군 대비 인지력 저하 속도가 35% 감소하는 등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아밀로이드 베타의 이상반응(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ARIA) 발생률이 37%였다. 레켐비 ARIA 발생률은 24%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자문위의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타우 수치가 낮은 환자군이 시험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타우 수치가 있어야 알츠하이머병 진행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켐비의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미국 일부 의사는 부작용 우려로 처방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 측면을 따져도 한화 3500만~3800만원 정도로 환자들도 버거워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라이릴리가 이런 단점을 조사하지 않았을 리 없다"며 "만약 이런 부분을 다 잡지 않고 상용화된다면 레켐비와 같이 실적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켐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판매됐다. 바이오젠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레켐비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3월 말 투약 환자 수는 5000명 미만으로, 이는 바이오젠 목표치인 1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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