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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자산운용업계 탈법 난무…문제 심각"


임직원 탈법과 시장교란, 투자자간 과도한 운용보수 차이 등 적발

[이혜경기자] 자산운용업계가 투자자보호관련 핵심법규를 조직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진 등 임직원의 탈법 행위도 심각했고, 투자일임재산의 운용·관리체계도 미흡했으며, 불건전한 갑을 관계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도 적지 않았다. 개인, 기관, 계열사 등 투자자간의 운용보수 차이도 과도한 수준으로 지적됐다.

15일 박영준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사 및 펀드판매 관련 현장점검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다수 운용사의 채권 펀드매니저가 법에서 정한 채권자산의 공정한 배분방법,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 겸직금지 등을 위반하고 있었다. 펀드매니저가 사전에 브로커와 거래하고 배분한 후, 형식적으로 적법절차를 진행하는 것처럼 조작해 법규 및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수법을 썼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채권파킹거래(채권을 매수한 기관이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잠시 다른 중개인(증권사)에 맡긴 뒤 일정 시간이 지나 결제하는 거래 방식), 펀드 수익률 조정 등 투자자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각종 불건전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펀드매니저가 채권 등을 거래하기 전에 펀드별로 배분비율을 미리 정하도록 하고, 전 과정을 전산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한 것이다.

금감원은 특히 "개인이나 개별 회사 차원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관행적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위법행위가 발생했다"며 이를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임직원 탈법행위 심각해

자산운용사 임직원의 심각한 탈법행위도 지적됐다. 법에서는 직무정보 이용방지 등을 위해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은 계좌를 회사에 신고하고 매매내역을 통지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업계 다수 임직원이 미신고계좌나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 선물 등을 매매하는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다수가 의도적으로 매매내역을 은폐했고, 일부 임직원은 펀드 운용정보를 선행매매 등 불법행위에 활용한 혐의도 포착됐다.

금감원은 "막대한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전문가 집단이 높은 준법의식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고객 이익보다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탈법 행위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투자일임재산의 운용·관리체계도 주먹구구수준으로 파악됐다.

법에서는 투자일임재산을 각각의 투자자별로 운용하지 않고 집합해 운용하거나, 일임계약을 위반해 운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업계 투자일임재산(300조원)이 전체 운용자산(645조원) 47%에 달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운용사가 투자일임 전담부서, 시스템 등의 별도 구축 없이 펀드운용 부서에서 운용하고 있었다. 또 일임계약에 위반해 다수 투자일임재산을 집합해 운용하거나, 펀드 등과의 이해상충 방지의무를 미이행하는 등 관리가 부실한 상태였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투자일임계약 위반 및 펀드와의 이해상충은 투자자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자산운용시장의 신인도 하락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갑을관계'로 시장질서 교란도

불건전한 갑을 관계가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도 적발됐다.

법규에서는 자산운용사가 자기나 제3자를 위해 펀드의 이익을 해하거나, 판매사 등에게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편익을 제공할 수 없으며, 금전·편익 등을 판매사 등에 제공하는 경우 기록을 유지하고 사전에 준법감시인에 보고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운용사들은 특정 투자자의 펀드수익률 관리 또는 자기 이익을 위해 을의 입장인 증권사 브로커를 동원해 채권파킹 등 불법행위를 실행하고 있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갑의 입장인 펀드판매사 등에 대한 접대비 집행 후 제공상대방, 목적 등 법규상 근거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부당한 편익 제공내역을 은폐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현재 자산운용시장에 수수료 등을 매개로 불건전한 갑을관계가 형성되며 을의 위치에 있는 회사 등은 거래단절 등을 우려해 갑의 불법행위 요구와 은폐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에 운용보수 '바가지'

개인, 기관, 계열사 등 투자자간의 운용보수 차이가 과도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법에서는 자산운용사는 투자자에 대한 수수료 부과시 정당한 이유 없이 투자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펀드·일임재산의 운용서비스 수준(투입비용)이 투자자간 크게 차이가 없음에도 운용보수율이 과도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현재 주식형 펀드의 경우 운용보수는 개인이 60bp인 반면에, 기관투자자는 20bp, 계열사는 10bp로 큰 차이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현저히 낮은 계열사 운용보수로 발생되는 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투자자 보수비용을 높이는 구조가 형성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현장점검에서는 자산운용업계 뿐 아니라 펀드판매 관련한 문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개 금융회사의 181개 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미스터리 쇼핑 점검 결과, 종합평가는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부적합 상품에 대한 판매(투자권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투자자보호보다는 서류상 판매근거 확보에 치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이 투자성향을 재작성(상향유도)하게 하거나 별다른 설명 없이 부적합확인서를 징구하는 식이었다.

아울러 동양사태 이후 추진하고 있는 불완전판매 종합대책이 일선 영업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투자위험지도 작성과 비치, 투자설명서 색상차등화 등 양식변경, 판매 후 사후점검 확대실시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 계열사 펀드임을 알리지 않고 단독 상품을 권유하면서 단정적 판단을 하게 하거나, 판매보수가 높은 특정 펀드를 계속 권유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금감원은 "자산운용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완화 및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되, 내부통제 및 투자자 보호 환경을 강화해 시장 질서 확립과 투명성 제고 등 자산운용시장 발전의 근본적인 토양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 스스로의 개선을 촉구하고, 업계와 공동으로 업무관행 정상화 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펀드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미스터리쇼핑으로 파악된 모범·미흡 사례를 전체 판매사에 전파하고, 특히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 금융사에는 판매관행 개선계획을 징구하고 개선상황을 상시모니터링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서는 미스터리쇼핑을 연중 상시점검 체제로 전환해 실시하고 필요시 장기·집중 검사 및 금융권역별 연계검사를 확대하며 위법이나 불완전판매 소지가 높은 금융사와 점포에는 현장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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