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약발 떨어졌나?

[아이뉴스24 창간 14년 기획]통신시장 혁신의 5가지 키워드⑤ 정부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째. 통신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지만, 규제당국은 '단통법' 통과에 기댄 채 시장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4인 가구 전체가 스마트폰을 가지는 시대가 되면서 가계통신비는 치솟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처는 미흡한 실정이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창간기획] 2014, 통신시장 혁신을 위한 5가지 조건'을 통해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통신시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허준기자]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높은 가계통신비의 인하를 천명했다. ▲알뜰폰 활성화 ▲스마트폰 가격인하 유도 ▲통신비 부담 경감 및 이용자 선택권 강화 등을 통해 15만원이 넘는 가계통신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계획이었다.

1년이 지난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가계통신비는 이번 정부 출범 전보다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도 체감 통신비는 반대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연간 가계동향 통계를 살펴보면 가계통신비는 늘고 있다. 2013년 1분기 가계통신비는 15만1천100원이었지만 4분기에는 15만4천800원까지 늘었다.

가계통신비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는데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미래창조과학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은 ▲단말기유통구조 투명성 제고 ▲이동전화 가입비 50% 인하 단 두가지 뿐이다.

◆스마트폰 시대, 가계통신비 상승 이끌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가계통신비는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4인 가구 구성원들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니 단말기 가격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도 6만원 이상의 요금제로 가입을 유도하면서 통신비는 계속 올라간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서도 단말기 가격은 통신비 상승의 주범으로 나타났다. 2012년 4분기 통신장비 비용이 8천400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 4분기에는 1만4천500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통신서비스 비용이 14만3천원에서 14만원으로 3천원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통신비 상승은 단말기 가격 상승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스마트폰 가격은 1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주요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3는 106만7천원이고 갤럭시S4 LTE-A는 95만4천800원, G프로2는 99만9천900원이다. 갤럭시S5도 저렴하게 나왔다지만 86만6천800원이나 된다.

이같은 스마트폰 시대를 예상한 듯 박근혜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계획에서 '스마트폰 가격인하 유도'를 언급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격인하 유도 계획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단말기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 지만 과거를 되돌아보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세수 확보에만 열 올린 정부, 실질정책 '미흡'

단말기 가격 인하는 물론 통신요금 자체의 부담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알뜰폰을 통해 통신비를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기존 이통3사의 요금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이통사들의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며 통신요금의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해야 통신요금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자연히 원가에 맞는 요금이 책정될 것이라는 것이 참여연대 측의 요구다.

참여연대는 통신요금 원가 공개 소송을 제기해 원가를 확인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부와 이동통신3사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며 이유로 원가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참여연대가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현재 이 소송전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통신비 부담은 OECD 국가 가운데 2위 수준"이라며 "정부는 이통3사를 비호하는 정책 대신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 투명성, 합리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기본요금 대폭인하, 스마트폰 요금제 대폭 하향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도 "정부가 나서서 이동통신3사의 원가공개를 막고 있다"며 "당장 항소를 취하하고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라"고 질타, 정부가 요금 인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통사들은 불법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매년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법 보조금을 막는 동시에 이로 인해 줄어든 마케팅비를 요금인하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보조금을 규제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들의 보조금 지급에 대해 1천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때려 세수를 확보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보조금 과열을 막아 전체적인 요금인하로 이어지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사실상 방통위 규제는 통신비 요금인하와는 무관한 과징금과 영업정지에만 집중돼 있다.

과징금과 영업정지라는 ‘안일한‘ 대책에 대한 소비자와 영세 대리점의 지적이 잇따르자 미래부는 뒤늦게 '영업정지나 과징금 대신 통신요금 감면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영업정지 처분을 할 경우 제3자(유통업체)가 피해를 보고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그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돼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영업정지에 갈음한 과징금에 상당한 금액만큼 통신요금을 감면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만 바라봐서야…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의 만병통치약으로 국회에 계류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내세우고 있다. 이 법안은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 의무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제조사 장려금 조사 및 관련 자료제출 의무화 등이 담겨 있는 법안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보조금으로 혼탁한 휴대폰 유통구조를 바꾸기 위해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4월 국회에서 이 법안의 통과 여부가 관심사이지만 소관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적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법안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주로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한 조항들도 이뤄져 있다. 단말기 가격과 별개로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맞춤형 요금제 등 고객들이 직접 자신의 요금제를 설계해 요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이동통신3사는 정부의 요구에 마지못해 'LTE 선택형 요금제'를 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선택형 요금제도 이통사들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음성통화 구간, 문자 구간, 데이터 구간을 선택하는 방식의 요금제로 진정한 맞춤형 요금제는 아니다.

또한 국민 10명 가운데 3.5명만이 혜택을 누리는 이통3사의 멤버십 제도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멤버십 제도는 이통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포인트로 현재 고객들은 이 포인트로 제휴가맹점에서 할인혜택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은 "멤버십 포인트는 소비자들이 납부하는 요금에 연계돼 등급이 나뉘는 만큼 일정부분 요금에 종속되는데 이통사가 제대로 이 제도를 홍보하지 않아 멤버십 포인트 사용률이 35%에 불과하다"며 "멤버십을 바로 통신요금으로 공제하는 등 사용촉진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교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보다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통해 경쟁을 부추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조 교수는 "현재 통신요금인가제는 SK텔레콤이 요금을 인가받으면 KT와 LG유플러스가 이를 따라가는 가격선도제 방식으로 사실상 정부 주도의 담합"이라며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경쟁이 심화되고 이통3사는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 요금혁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모의실험을 해보니 인가제 폐지시 평균 8.7%의 요금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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