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외로움 달래줄 '동반자 로봇' 온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와이어드 잡지 창업자인 케빈 켈리의 글이 올라왔다. ‘인간보다 더 좋은: 왜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뺏을 것인가?’라는 이 글에서 그는 21세기 내에 우리 직업의 70%는 자동화될 것으로 보았다. 단순 반복 작업 환경에서는 이미 로봇의 역할이 지대하다. 집안 청소 로봇인 룸바도 더 이상 신기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필요한 로봇은 어떤 것일까? 나는 첫 번째로 동반자 로봇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선진국이나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이제 노인들을 위로하고 외로움을 달래 주는 일은 사회의 의무가 됐다.

◆인형 로봇 퍼비, 새롭게 인기 끈 배경 봤더니…

1998년에 등장해서 전세계적으로 4천만 개 이상 팔린 털 달린 작은 인형 같은 퍼비가 2012년 다시 등장했다. 사용자와 눈을 맞추고 퍼비 언어를 하다가 점점 영어를 구사하는 이 단순한 인형 로봇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배경에는 아이들 못지 않게 노인들이 받는 위안이 있었음을 MIT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셰리 터클이 그의 저서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밝히고 있다.

단지 자신의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눈을 맞추고, 몇 가지 간단한 단어를 구사하는 초보적인 토이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외로운 노인들이 보인 감정은 놀라울 정도의 반응이었다.

또 다른 사회적 현상인 1인 가구의 증가 역시 마찬가지로 동반자 로봇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애완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던 소니의 아이보는 그렇지만 기대한 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 생명이 다하는 애완 동물 보다 영원히 같이하는 애완 로봇을 꿈꾸었으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던 점과 너무 로봇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욕이 앞선 제품이었다.

최근 일본의 우주국은 국제 우주 정류장 ISS로 보내는 코이치 와카타를 위해 작은 동반 로봇을 올 여름에 보낼 예정이다. 34센티미터 크기에 1 킬로그램 가량되는 안드로이드를 도코대학의 연구팀과 광고 에이전시인 덴츠의 공동 연구로 개발했다.

로봇 설계자인 토모타카 타카하시가 스케치한 로봇으로 이름은 공모할 예정이다

와카타의 얼굴을 보면서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이 로봇의 주 목적은 와카타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이다. 그의 얼굴을 인식해서 스트레스의 징조가 보이면 표정과 말로 위안을 줄 계획이다.와카타가 우주정류장에서 혼자 있지는 않지만 언어 사용에 있어서는 자신 말고는 일본어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 로봇은 와카타가 바쁠 때는 트위터도 사용하고 사진도 찍어 보낼 예정이다. 향후 일본 우주국은 이 로봇이 노인들을 돌보거나 일반적인 동반자 역할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목적으로 일상에서 사용되게 될 수 있는 ‘대화 로봇’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동반 로봇, 애인 역할도 담당

로봇의 지능을 언급할 때 늘 나오는 얘기가 인공지능 기술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1980년대를 넘어서 이제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그 정점에 IBM의 왓슨 컴퓨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의 두뇌를 왓슨 수준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가격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해결은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 기기 방식의 접근이다.

더군다나 로봇들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 경험하거나 얻은 정보의 품질을 돌봐주는 사람들의 반응 수준에 따라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화한다면 그 기능의 발전은 보다 크게 향상될 것이다. 서로 공유하는 지능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ABI 리서치의 필립 솔리스가 향후 개인 로봇은 인터넷의 물리적 확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관점이 바로 이런 견해인 것이다.

시리나 구글의 번역기, 구글 글래스가 보여준 것처럼, 로봇이 갖추는 두뇌의 우수성은 인터넷에 접속하여 원하는 정보를 추출하고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 2012년 버클리 대학의 연구팀은 PR2라는 범용 로봇을 구글과 협력해서 방을 정리하게 하였다. 구글의 이미지 인식 기술인 고글스 앱를 이용해서 물체를 인식하고 원위치 시키는 능력을 갖추게 한 것이다.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 디바이스가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가는 요즘 스마트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정도 기능을 갖춘 로봇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우 실용적인 기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제 로봇이 메인프레임 시대에서 PC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에 와 있다는 전망을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다.

한 대에 500만 원 이하 정도로 자연스러운 수준의 대화와 감정 표현, 물건을 집거나 이동 시키는 간단한 수준의 동작을 한다면 부모님 집에 한 대 사드리겠다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자식 보다 옆에서 늘 상대해주는 로봇이 더 사랑스러울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혼자 사는 개인들에게는 동반 로봇은 애인의 역할을 할 것이고, 이는 인간 사회 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하자.

한상기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현재 컴퓨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한 소셜컴퓨팅 분야의 각종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대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전략 수립을 하고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과 영화, 와인을 좋아하며, 에이콘출판사의 소셜미디어 시리즈 에디터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엔 학술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자문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블로그(isocialcomp.wordpress.com)와 페이스북(facebook.com/stevehan)을 통해서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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