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영의 IT생각] 데이터 보관, 어떻게 할 것인가


'광개토대왕비 보다 못한 전자기록의 보존성'

고구려의 웅대한 역사를 말해주는 광개토대왕비는 414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무려 1천600여 년 전이다. 6 미터가 넘는 이 비는 그 오래된 풍상을 겪고도 의연하게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세월의 이끼와 바람, 사람들의 손을 타서 일부 훼손된 부분도 있으나, 그 오래된 역사를 감안해보면 장구한 보관력을 자랑한다.

일부 비문 내용에 이론이 계속되고 있으나, 바위 위에 새긴 글자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누구나 쉽게 바로 볼 수 있다는 보편적인 접근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역사는 문자의 기록으로 남고, 그것을 우리는 후대에 전할 수 있다.

오래된 책은 가끔 볼 수 있지만 전자기록물은 그냥 버려졌다

이에 반해 정보화시대의 정보화 결과물들은 개인의 하드디스크와 CD, 또는 몇 단계의 전문 백업시스템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광개토대왕비와 달리 컴퓨터를 이용한 여러 작업들의 결과물은 보편적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나의 자료를 읽기 위해서는 그 자료를 만드는데 동원되었던 컴퓨터 사양과 OS, 그리고 이를 작업했던 프로그램 버전 등이 모두 갖춰져야 가능하다. 물론 전문적인 자료의 백업들은 프로그램 유형이나 버전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 마저 OS 버전과 시스템 사양 등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실제로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전 15 년 동안, 지금의 장년층의 정보화 공간이었던 PC통신 시절에 대한 기록은 별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 PC통신 서비스도 중단되었고, DOS라는 운영체제와 286 CPU에서 작동되었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낸 콘텐츠가 설사 전자기록매체 형식으로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전문적인 작업을 하지 않으면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에서 오래된 책은 그대로 남아 가끔 펼쳐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오래된 프로그램 CD나 데이터는 한번 열어보지도 못하고 진작에 쓰레기가 된지 오래다.

PC통신서비스는 지금의 30, 40대들 수 백만 명 이상이 참여했던 초기 정보화 시대의 서비스이다. 이때의 문화기록(최초의 워드프로세서에 대한 동호회원들의 반응, 최초의 웹브라우저에 대한 토론, 사이버 공간에서의 개인의 글에 대한 책임과 의무 등에 대한 의견, 디지털로 처음 썼던 소설과 문학모임의 작품 등)은 이제는 모두 구하기 어렵다. 기껏 신문이나 일부 단체의 프린트물, 백서 형태의 인쇄물에서 흔적만 볼 뿐이다.

"정보화공간 데이터의 체계적인 기록, 보존위해 힘써야"

정보화 공간은 인쇄물처럼 제한된 지면 때문에 잘 정리된 기록이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공간의 자유를 만끽하는 데이터들이 가치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그냥 쌓여 있기 마련이다. 오로지 최신 버전의 프로그램과 최신 업데이트된 댓글과 자료만이 대우를 받게 마련이고 그렇게 대우받았던 정보들은 이내 새로운 버전이 나오게 되면 곧장 쓰레기 데이터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유의미한 보관과 기록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이버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지식을 축적하고,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중한 경험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보존되고 축적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거대 스토리지 시스템 속에서 흘러간 쓰레기 데이터로 처분되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그러나 이미 수 천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새로운 세계의 기록과 보존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임문영 iMBC 미디어센터장(column_moon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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