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진우 기자] 뱀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풍요와 재물의 가복신(家福神)으로 존중받았다. 또한 허물을 벗는 특성으로 인해 치유, 재생, 변화의 상징으로도 받아들여졌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전국에는 뱀과 관련된 지명이 208개 있다. 경북은 31개로 전남(4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으며, 마을 이름 기준으로는 28개로 전국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뱀의 해를 맞아 경북의 신비로운 뱀 전설과 설화가 깃든 '을사년 가볼 만한 뱀 명소 6곳'을 소개하며 풍요와 변화를 기원했다.

◆경주 오릉 – 신라의 '뱀릉' 전설
경주시 탑동에 위치한 오릉(五陵)은 신라 초기 왕들의 능으로, 시조 박혁거세와 알영부인, 제2대 남해왕, 제3대 유리왕, 제5대 파사왕의 무덤으로 전해진다.
오릉은 '사릉(蛇陵, 뱀릉)'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이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전설에서 유래됐다.
박혁거세가 승하한 뒤 그의 유체가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 땅에 떨어졌는데, 이를 한곳에 합장하려는 순간 큰 뱀이 나타나 방해했다.
결국 각각의 유체는 다섯 군데에 묻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뱀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이곳은 신라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동시에, 뱀과 관련된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한 명소다.

◆의성 선암산 – 뱀이 많아 '뱀산'으로 불리던 곳
의성군 가음면 현리리에 위치한 선암산은 과거 뱀이 많이 서식해 '뱀산'으로 불리던 곳이다.
천지가 개벽할 당시 배 모양의 바위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전설에서 산 이름이 유래되었다.
여름철에는 땅꾼들이 이곳에서 뱀을 잡아갔다고 전해지며, 과거 뱀의 서식지가 풍부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선암산은 의성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장엄한 풍경과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며 등산객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청송 용당마을 – 뱀산과 두꺼비 바위의 전설
청송군 현서면 구산리의 용당마을에는 뱀처럼 꿈틀거리는 모양의 산이 있다.
주민들은 이를 '뱀산'이라 부르며 공포와 경외의 대상으로 여겼다.
산 아래에는 큰 두꺼비 바위가 있었는데, 두꺼비가 뱀산을 제압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한 추석, 주민들이 두꺼비 바위 앞에서 제사를 지내던 중, 뱀산과 두꺼비 바위가 움직이는 광경을 목격했다.
두꺼비가 뱀과 싸워 이기지 못할 경우 재앙이 닥칠 것을 두려워한 주민들은 돌을 쌓아 뱀산의 움직임을 막았다.
이후 마을에는 액운이 사라지고 풍년이 들었으며, 돌무지는 마을의 수호신처럼 지금도 남아 있다.

◆칠곡 동산 – 풍수지리의 '뱀혈' 명당
칠곡군 가산면 송학리에 위치한 동산(東山)은 풍수지리적으로 뱀의 형상을 한 '뱀혈(蛇穴)'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 뱀의 꼬리 부분에 산소를 쓰면 가문이 번창하고 자손이 출세하며 재산이 늘어난다고 한다.
또한, 인근 오목마을 뒤에 위치한 '장바금산'은 용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어, 용의 머리에 산소를 쓴 가문은 재벌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곳은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명소로 손꼽힌다.

◆구미 금오산 용샘 –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흔적
구미 금오산 마애여래입상(보물 제490호) 옆에는 '용샘'이라 불리는 옹달샘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천 년 동안 수련한 이무기가 용이 되기 직전, 한 아낙의 비명에 놀라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이때 암벽에는 비늘 자국이 남았고, 이를 '용회암'이라 부른다.
이무기가 떨어질 때 생긴 홈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용샘'이라 불렀으며, 가뭄이 심할 때 주민들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상주 갑장사 상사암 –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전설
상주 갑장사의 '상사암'(相思巖)은 이루지 못한 사랑과 뱀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신라 시대 한 젊은이가 갑장사에 수도하러 입산하며 사랑하던 여인과 이별했는데, 여인은 젊은이를 기다리다 병으로 죽고 구렁이로 변해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젊은이를 휘감으며 함께 죽자고 했지만, 그는 불경을 외우며 번뇌를 이겨냈다.
상심한 구렁이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고, 그 바위를 상사암이라 부르게 되었다.
갑장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다워 등산객들이 필수로 찾는 명소다.
김남일 경북관광공사 사장은 "경북에는 뱀과 관련된 설화와 전설이 풍부하다"며 "뱀의 상징인 재물, 치유, 변화를 경험하며 새해의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고 풍요로운 을사년을 기원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고 말했다.
/대구=이진우 기자(news11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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