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일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가 브로드컴에 오는 6월까지 2나노미터(㎚) 반도체 시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운드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만 TSMC 독주 무대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라피더스, 인텔파운드리 모두 2나노 공정에서 반등의 계기를 삼으려 경쟁해왔는데 일본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라피더스가 주요 고객사를 먼저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라피더스가 오는 4월부터 2나노미터 공정에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해 6월경 브로드컴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브로드컴이 시제품 성능을 보고 라피더스에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양산을 위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라피더스는 오는 2027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에선 맞춤형 인공지능(AI) 칩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브로드컴이 라피더스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연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열풍이 2020년대 말까지 계속되고, 향후 3~5년 간 AI 인프라 투자 계획에 매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탄 CEO는 브로드컴이 AI 칩 설계로만 매출 122억(약 17조 779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보다 220% 급증한 수치다. 그러면서 "오는 2027년까지 AI 칩 설계에서 연간 수천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사 확보가 사업의 시작"이라며 "라피더스는 일본 내에서도 30여 개 대형 주문을 받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경험이 쌓이면 쌓일 수록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70% 돌파를 목전에 둔 TSMC의 넘치는 수요를 삼성전자와 인텔파운드리가 흡수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TSMC의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23년 59%에서 지난해 64%로 5%포인트(p)나 늘었다. IDC는 TSMC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1%p 더 늘어나 6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TSMC가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면서 독점 리스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봤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도 "일부 국가에서 TSMC의 독과점 문제를 살펴보는 등 더 이상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TSMC에 첨단 반도체 주문이 몰리면서 대기 시간 증가, 가격 상승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TSMC가 2나노 공정 웨이퍼 가격을 3나노보다 50%가량 인상하자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이 계약 시점을 미루기도 했다.
TSMC의 2나노 첫 고객으로 알려졌던 애플이 이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프로세서(AP) 'A19' 제작을 내년으로 미룬 것이다. 퀄컴은 일부 AI 반도체와 AP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에 다시 맡기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인텔, 라피더스보다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라피더스가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대형 고객사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라피더스는 일본의 반도체 제조능력 부활을 목표로 정부와 산업계가 합심해 세운 파운드리 업체다. 도요타·키옥시아·소니·NTT·소프트뱅크·덴소·미쓰비시UFJ은행·NEC 등 일본 8개 대기업이 참여해 2022년 설립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라피더스에 1000억엔(약 93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라피더스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보조금 액수만 1조200억원(약 9조5000억원)에 이른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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