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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백화점 VIP"⋯'체리피커' vs '정당거래'


각종 플랫폼서 백화점 주차권·라운지 이용권 거래 활발
원칙상 거래 금지⋯"수요·공급 모두 만족하는 시장" 주장도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백화점 VIP 주차권과 라운지 이용권 팝니다. 앱으로 차량 등록 가능하고, 프라이빗 공간에서 커피와 고급 다과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주요 백화점 우수고객(VIP)에게 주어지는 주차권, 라운지 등 연간 혜택을 판매하는 개인 간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백화점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팔아 금전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공급자와 권한을 사서 혜택을 누리려는 수요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거래가 성사되고 있는 것이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백화점 우수고객 주차권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사진=중고거래 플랫폼 갈무리]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근마켓, 네이버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백화점 VIP 혜택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연간 수천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우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적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를 사고파는 것이다. 회원 등급이 책정되는 연초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며 중고거래 플랫폼 단골 상품이 됐다.

이들이 판매하는 주차권은 VIP 등급에 따라 30만~1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등급마다 주차 가능 점포와 시간, 발렛파킹 등의 서비스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판매자는 "가족 모두가 주차권을 보유하고 있어, 불필요한 나머지를 양도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등급에 따라 입장할 수 있는 라운지도 나뉘는데, 한 백화점 '퍼스트 라운지'의 경우 2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며 VIP 혜택을 원하는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남들이 쉽게 누릴 수 없는 혜택을 손에 쥐어 소비 집단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체리피커(Cherry Picker)'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체리피커는 케이크의 달콤한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에 비유한 말이다. 유통가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 실적은 낮지만, 기업이 제공하는 부가 혜택을 누리려는 소비자로 인식된다.

한 백화점 내부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신세계]

문제는 이 같은 거래를 백화점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적발은 거의 드물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제3자가 우수고객 멤버십을 구매해 라운지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큰 매출을 차지하는 VIP 심기를 거스를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권한을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경우에도 번개장터는 2022년부터 백화점 주차권 상품 등록을 제한하고 있지만, 당근마켓은 과제재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거래를 막지 않고 있다.

2022년부터 매년 주차권을 판매한 한 백화점 우수 고객은 "백화점이 근거리라 차를 끌고 가지 않아 주차권이 굳이 필요가 없다"며 "실적을 쌓아 올려 받은 혜택인 만큼 버리기엔 아까워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하는데,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VIP는 아니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만 돈을 주고 구매하는 건 체리피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며 "공급자와 수요자가 충분하니 시장이 형성됐지만, 정당하지 않은 거래로 규정짓는 곳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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