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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 '왕'하는 시대는 가라"⋯日, '여성 왕위 계승' 허용되나?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메이지 시대 이후 여성의 왕위 계승이 금지된 일본에서, 나루히토(64)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23) 공주를 둘러싸고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락해야 한다'는 일본 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여성의 왕위 계승이 금지된 일본에서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를 둘러싸고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락해야 한다'는 일본 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아이코 공주. [사진=X 갈무리 ]

아사히신문은 지난 6일(현지시간) 특집 기사를 통해 "황실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며 여성 계승 허용 등 왕위 승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사설에서 "황실을 둘러싸고 있는 남은 숙제는 안정적인 황위 계승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여성 왕위 계승 허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과거 일본에서는 스이코(593~628)부터 고사쿠라마치(1762~1771)까지 8명의 여성 일왕(덴노)가 있었다. 그러나 메이지(明治·1868년∼1912년) 시대에 일왕의 '군 통수권자' 지위가 강조되면서 여성의 왕위 승계가 금지됐다.

현재 일본 왕실전범에 따르면 여성 왕족은 왕위 계승이 금지되며 결혼 후 왕족 신분을 포기해야 한다. 현재 일본에서 왕위 계승이 가능한 왕족은 1순위 후미히토(59) 왕세제, 2순위 후미히토의 막내아들 히사히토(18), 3순위 아키히토 전 일왕의 동생 마사히토(89) 3명이다.

나루히토 현 일왕의 경우 슬하에 딸인 아이코 공주만 두고 있어 그간 일본에서는 조카 히사히토의 계승을 유력하게 봤다. 그러나 최근 히사히토 왕자가 고교·대학교 입학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히사히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본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왕위 계승 순위가 적혀 있는 왕실 가계도. [자료: 일본 궁내청, 사진:교도통신] [사진=연합뉴스 ]

그간 일본에서는 왕족 고령화, 숫자 감소 등을 이유로 여성·모계 왕족에 대한 왕위 계승 허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일본 왕실의 평균 연령은 60.2세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왕족 숫자도 1994년 26명에서 현재 17명까지 줄었다. 현재 미혼 신분인 공주들이 결혼하면 왕족 숫자는 앞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 국민들도 지난해 4월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여성 일왕에 찬성하는 등 '여성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내각)은 여성 왕위 계승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엔 차별철폐위원회가 황실전범을 개정해 '남녀의 동등한 황위 계승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일본 정부는 '유감'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6년에도 황실전범 개정 권고에 항의한 바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여성 왕족의 결혼 후 왕실 잔류', '옛 왕족의 남자아이 입양 허용' 등의 왕실전범 개선 방안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경우 취임 전 '여성 왕위 계승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취임 후 자민당 내 반대파의 압박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자민당 내 강성 보수층은 현행 '부계·남성 계승'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며 여성 일왕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총재가 지난해 9월 선거에서 이긴 뒤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다만 지난해 11월 자민당이 중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자민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진 지금이 여성 왕위 계승을 논의할 적기라는 일본 내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현재 중의원(하원) 의장·부의장은 올해 정기국회 때 안정적 왕위 계승에 대한 '입법부의 총의'를 모으기로 합의했다"고 전했으며, 닛케이신문은 사설에서 "합의에 각 당의 폭넓은 의견이 반영된다면, 황실 문제에 대한 숙의가 깊어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왕실전범 개정 가능성을 높게 봤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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