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새해에도 건설업계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모양새다. 최고경영자(CEO) 신년사에서는 현금 확보 등 내실경영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고 업계에서도 원·달러 상승 여파에 따른 시장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 CEO들은 3일까지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를 '힘든 한 해'라고 진단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올해는 다가올 3년 중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또한 "국내 경기침체와 시장의 불확실성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건설시장도 불황의 여파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건설경기는 지난 2020~2021년 부동산 호황기에 이어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 우려가 시장을 덮치면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 건설업체는 모두 30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 49곳 이후 가장 많았다. 2021년 12곳이던 부도 건설사는 2022년 14곳, 2023년 21곳에 이어 지난해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에 더해 올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달 미국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후 국내 경제에 끼칠 영향도 안갯속이다.
분양 물량이 줄어든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국내 25개 건설사는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임대 물량을 포함해 총 14만613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2010년 17만2670가구 이후 물량이 가장 적다.
부동산R114는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민간아파트 분양 기준·임대 포함)를 분양할 예정으로 입주물량의 부족과 함께 분양시장이 장기침체의 기로에 놓였음을 보여준다"면서 "'공사비 상승'과 '정책 이행력 부족'은 시장 안정화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또한 2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에서 "내년 1분기에도 환율 급등과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해져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민간부문 발주 위축, 건설기업 심리 악화 등 부정적 파급 효과로 인해 건설경기 부진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건설경기 부진 우려 속 건설사들은 현금 확보와 중장기 상업 기반을 마련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불요불급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고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또한 2일 신년사에서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부서와 현장 단위의 실질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도 "생존 수단이자 경쟁력의 원천인 현금 관리를 강화하고, 다양한 디지털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일 건설업 분석 리포트에서 "정권 교체에도 개발원가 절감 통한 신규개발 촉진, 수요 분산을 위한 정책은 지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점에서 건설업종의 단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우나, 하반기 정권 교체 등 진행되며 업황 회복과 함께 건설업종 주가도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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