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코골이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흔한 문제다. 수면 중 좁아진 기도를 공기가 통과하면서 주변 조직이 진동해 나는 소리가 바로 코골이다.
이 현상은 단순히 소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코골이를 겪는 본인은 수면의 질 저하와 피로를 느낄 뿐 아니라, 함께 자는 사람에게도 큰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 기구 사용으로 실내가 건조해지면서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코골이가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코골이를 완화할 방법은 없을까? 놀랍게도 '치즈'가 이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일 중국 청두대학교와 란저우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수면의학(Sleep Medicine)'을 통해 치즈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수면무호흡증 위험이 최대 28%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중단돼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대사 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르곤졸라, 체다, 카베르, 만체고와 같은 치즈가 44가지 바이오마커(몸속 세포나 혈관, 단백질, DNA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완기 혈압(5.46%), 시스타틴 C(2.98%), 테스토스테론(1.94%),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1.78%) 등 수면무호흡증 위험과 관련된 대사와 심혈관 건강 지표 6가지에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치즈 섭취가 특정 대사 경로를 통해 수면무호흡증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힌 연구팀은 "식이 요법이 수면무호흡증 유병률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즈는 고품질 단백질, 칼슘, 지방산, 생리 활성 펩타이드, 아미노산, 주요 비타민을 포함한 필수 영양소의 풍부한 공급원으로 이들은 전반적인 건강 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기도가 막혀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수면장애로, 체내 산소 공급이 부족해 다양한 문제를 초래한다. 이로 인해 수면이 자주 끊기고, 저산소증과 교감신경계 활성화가 일어나며, 방치할 경우 심뇌혈관질환, 부정맥, 수면 중 급사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흔한 형태인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은 수면 중 목 주변 근육이 이완되면서 기도가 좁아지거나 닫혀 호흡이 잠깐 동안 중단되거나 코골이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모든 코골이가 수면무호흡증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두 증상은 종종 함께 나타나며, 코골이가 심할수록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턱이 작거나 목이 굵은 경우 △비만으로 목 부위에 지방이 축적된 경우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조직의 비대로 인해 상기도 공간이 좁아지는 경우 등이 지목되고 있다. 또 흡연, 알코올 섭취, 진정작용이 있는 약물사용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8년 4만 5067명에서 지난해 15만 3802명으로 3.4배 증가했다. 특히 남성은 30~40대, 여성은 50~60대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전 세계적으로는 9억 3600만명 이상의 성인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급성심장정지 발생 위험이 54% 증가했다. 특히 심혈관질환이 없는 18~64세의 젊은 연령층에서 급성심장정지 위험도가 76%까지 상승했다.
아울러 미국 마이애미대학 알베르토 R. 라모스 교수팀이 지난달 19일 미국신경학 학술지 '뉴어랄러지(Neur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잘 때 호흡이 자주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기억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가 커지고 백질 부위의 손상이 증가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호흡이 멈추면 산소 수치가 낮아져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치매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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