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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친환경적 전기차와 비환경적 폐배터리


전기차용 재제조 사실상 어렵고 ESS용·광물 추출 등 활용
늘어나는 LFP 배터리, 재활용 가치 떨어져 매립외 대안 없어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전기차(EV)는 대표적인 친환경차다.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탈(脫)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했다. 여기에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친환경을 기반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기자수첩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로 배터리가 꼽힌다. 배터리가 전체 차량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용량과 화재 등으로부터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친환경'을 명분으로 탄생한 전기차지만, 사용 후 배터리는 '친환경'의 퍼즐을 완성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 누적 전기차 등록대수는 지난 2018년 5만5756대에서 2023년 54만3900대로 크게 늘었다. 올해 6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등록대수는 60만6610대로 전체 등록 자동차(2613만4,475대)의 2.32%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 내구 연한을 7~10년으로 보는 점을 고려하면, 2030년을 전후로 국내 사용 후 배터리는 10만 개 이상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 후 배터리에는 중금속 등 소재들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그대로 버려지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사용 후 배터리 처리와 관련한 각국의 환경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에선 '신(新) 배터리 규정'을 도입했다. 배터리 생산자에게 폐배터리 회수 목표치를 부여해 폐배터리의 수거를 강화하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코발트, 리튬, 니켈 등 핵심광물 재활용 의무화로 재활용 원료 비중을 확대토록 했다. 여기에 배터리 여권제를 도입해 공급망 정보, 환경발자국과 재사용률 등 정보까지 공개범위를 확대토록 했다.

각국 정부의 배터리 재생원료 사용의무화 규제는 물론 원료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도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성장은 필수로 꼽힌다. 이에 사용 후 배터리 관리체계 구축에 정부와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의 활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배터리를 분해하고, 배터리셀 밸런싱(균형화), 재조립, 검사 과정을 거쳐 본래 전기차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성능으로 복원하는 '재제조' △배터리를 부품으로 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상전원공급장치(UPS) 제품 등 다른 형태로 제조해 판매하는 '재사용' △배터리를 분해한 후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유가금속을 추출해 활용하는 '재활용' 등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추진되는 것은 '재사용'과 '재활용'이다. 재제조는 전기차에 다시 탑재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안 그래도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전기차를 제조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재제조된 배터리를 채용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보급형 모델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며 비교적 값이 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고자 할 때는 경제성이 크게 떨어져 사실상 매립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프리미엄급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 핵심 소재를 90% 이상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LFP 배터리는 리튬 이외에 나머지 금속의 경제성이 현저히 낮다. 더욱이 최근처럼 광물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재활용 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정부와 민간 업체들이 LFP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 등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대신 '사용 후 배터리'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터리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폐배터리는 말 그대로 폐기처분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용 후 배터리는 전기차용으로의 역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다시 재처리 과정을 거쳐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를 겪고 있지만, 미래 모빌리티 환경은 전기차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기차 시장의 몸집이 커질수록 사용 후 배터리 시장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가 목표로 하는 친환경은 결국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사용 후 처리 방식까지 친환경적일 때 모든 퍼즐이 완성된다.

시대의 흐름은 '탄소중립(넷제로)'를 중심으로 모든 산업의 영역에서 순환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세계를 이끄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초 제조 단계에서뿐 아니라 전 생애주기(라이프 사이클)와 이후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등 순환경제시스템까지 모범이 되는 친환경적 생태계를 구축해 이 분야의 진정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불리길 기대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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