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이를 지지하기 위해 지상으로 돌출된 형태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지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항공 사고 전문 유튜버가 과거에는 오히려 둔덕이 대형 사고를 막은 적이 있다며 섣부른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30일 항공 사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다큐9분'은 유튜브 커뮤니티에 "방위각(로컬라이저) 구조물을 중대 원인으로 지목하는 기사가 많은데, 1999년 대한항공 1533편 포항 공항 활주로 이탈 사건을 보겠다"고 글을 올렸다.
그에 따르면 1999년 사고 당시 활주로에도 198미터 거리에 둔덕이 있었으며, 기체가 둔덕에 충돌하며 노즈기어가 부러졌고, 넘은 후 동체가 절단되며 정지했다.
당시 사고에서는 156명이 생존했다.
기체가 둔덕에 강하게 부딪혔지만 흙으로 만들어진 둔덕이 '방호벽'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 둔덕 위에는 2m 높이의 안테나 14개가 설치돼 있는데, 기체는 이 중 10개를 부러뜨리고 둔덕을 미끄러지듯이 넘었지만 뒷바퀴가 걸리면서 제동이 걸려 멈춰섰다.
다큐9분 측은 이 사고 당시 "둔덕이 대형 사고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한 건교부 관계자의 말을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인용했다.
이어 "당시에는 둔덕이 위치 에너지를 감속시켜 156명을 살린 구조물이었다"며 "이번에는 결정적 사고원인으로 지목된다. 너무 섣부른 확신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하나 증거가 나올 때마다 원인으로 지목하면 안 된다"며 "누군가를 지목해서 전범으로 모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더 건설적인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참사 당시 무안공항에도 방위각 구조물과 콘크리트 둔덕이 공항 활주로 끝에서 250m가량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돼 있었다.
이중 콘크리트 둔덕은 2m 높이로, 흙더미로 덮여 있었다. 방위각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조물은 4m 정도 높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측은 지난해 방위각 구조물을 교체하며 이러한 콘크리트 둔덕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둔덕이 지상으로 2m가량 돌출된 것이 여객기와의 충돌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방위각 구조물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사고기 파손을 키웠다는 목소리도 있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며 "또 제주공항은 콘크리트와 H빔을, 포항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썼다"고 해명했다.
또 "해외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이 콘크리트를 쓴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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