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국군 방첩사령부가 주도한 요인 체포는 팀 간 경쟁 속에서 사냥하듯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구속기소) 공모하에 계획된 요인 체포는 최초 14명이었다. 그러나 계엄군이 비상계엄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동안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세사람이 표적이 됐다. 당시 체포조가 소통했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모든 팀은 우원식·이재명·한동훈 중 '보시는 팀 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하시면 된다"는 지휘자 공지가 떴다. "포승줄 및 수갑 이용"이라는 강조 사항도 따라붙었다.
윤석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27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와 김 전 장관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지시했다. 정적 체포를 대가로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에게 넘어갔던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 제시한 것이다. 김 전 장관도 비슷한 시각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했다.
홍 전 차장의 거부로 국정원 투입은 무산됐다. 그러나 경찰과 국방부조사본부에게 명령이 그대로 하달됐다. 여 사령관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3곳에 계엄군이 진입할 거라는 사실을 알리고 안보수사요원 100명 지원과 체포대상자 10여명에 대한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박헌수 국방부조사본부장에게는 전화로 수사관 100명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속하게 체포해 B1벙커로 이송하라"
이 사실은 김대우 방첩수사단장에게도 공유됐다. 여 사령관은 "국가수사본부에서 100명,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100명이 오기로 했다, 국방부장관에게 받은 명단인데,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대표 등 14명을 신속하게 체포하여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김 수사단장은 작전을 더욱 구체화했다. 그는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에게 "경찰 100명, 조사본부 100명이 오기로 했다, 경찰에 호송차와 조사본부에 구금시설을 확인하라. 우리부대 수사관 5명, 군사경찰 5명, 경찰 5명, 경호대 10명, 총 25명으로 팀을 꾸려라, 이송 및 구금 명단은 이재명, 우원식 등 14명이다. 인원들은 인수받아 호송 후 구금시설로 이동한다. 경찰청, 국방부 조사본부 인원과 같이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은 국방부조사본부 기획처장과 연락해 김 수사단장의 지시 사항을 확인하고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계장에게 경찰인력 100명과 호송차 20대 지원을 요청했다.
요인 체포 계획은 경찰에게도 전파됐다.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은 수사기획담당관과 수사기획조정관에게 방첩사 요청사항을 전달했고, 이 사실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에게도 보고됐다. 동시에 서울경찰청 수사과장과 수사부장도 방첩사 요청 사항을 전달받았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은 광역수사단 소속 경찰관 104명의 명단 작성을 담당자에게 지시했다.
"조사본부 패치 떼고 수갑·마스크 준비"
곧바로 방첩사를 지원할 경찰관 10명이 추려졌다.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은 이를 방첩사에 넘겼다.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은 국회에 나가 있는 현장 경찰관에게 연락해 국회 수소충전소에 방첩사 지원 경력 10명을 포함한 경찰관 50명이 대기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방첩사 체포조를 합류시키기로 했다.
국방부조사본부 기획처장은 소속 수사단장과 박헌수 조사본부장에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고했다. 수사단장은 지체 없이 "수사관 10명을 구성하고, 국회로 출동해서 방첩사의 지시를 받아 임무 수행하라. 검정색 복장에 조사 본부 패치는 부착하지 말고, 수갑과 마스크를 준비해서 출동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조사본부 수사관들도 경찰이 대기하고 있는 국회 수소충전소로 출동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방첩사 수사과장은 소속 수사관에게 "일단 국회수소충전소로 출동해 주십시오. 방첩사 수사관 45명, 경찰 측은 50명, 군사경찰에서는 10명이 갔기 때문에 5명, 5명, 1명 이 정도씩 분배되어서 편성을 할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부터 잡아라"
방첩사와 국방부조사본부, 경찰이 요인 체포를 위해 국회수소충전소로 이동을 준비하는 동안 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고 경찰 봉쇄선을 뚫으며 본회의장에 속속 모였다.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상황에 내몰린 김 전 장관은 여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부터 잡아라"고 지시했다. 여 사령관은 이를 김대우 방첩수사단장에게 전달했고, 김 단장은 국회로 이동 중인 7개 방첩사 출동조와 그룹통화를 하면서 "기존 부여된 구금인원 전면 취소한다. 모든 팀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을 체포하여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한다"고 명령했다. 이 시각이 4일 0시 38분.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22분 전이었다.
체포현장에 있던 방첩사 수사단 모 소령은 출동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기존 부여된 구금인원 전면 취소, 모든 팀은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중 보시는 팀 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현장에 있는 작전 부대를 통해 신병을 확보한 이후 인수받아 수방사로 구금바랍니다. *포승줄 및 수갑 이용"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방첩사, 국방부조사본부, 경찰이 투입된 요인 체포 작전은 그러나, 이날 오전 1시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면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국방부 "합수부 수사관만 지원"…경찰 "우발상황 대처 인력"
검찰 조사 결과에 대해 국방부조사본부와 경찰은 전면 부인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방첩사의 수사관 지원 요청을 모두 거절했고,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필요한 수사관 지원 요청에만 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역시 이날 방첩사에 제공한 명단은 방첩사의 계엄법 위반자 체포를 위한 안내 인력이었다고 반박했다. 우종수 국수본부장도 사후보고만 받았을 뿐만 아니라 방첩사 요청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회 수소충전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들은 우발상황 대처를 위한 영등포서 관내 경력이었고, 실제 규모도 80∼90명 규모였다고 경찰은 맞서고 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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