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재판관 임명 촉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으름장'이 한 권한대행 말 한마디에 '탄핵 카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2월 한 달 동안 '대통령·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목전을 앞두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6일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에 대한 선출 결과를 정부에 통지했다. 이로써 공은 한 권한대행에게 넘어갔지만, '여야 합의'를 우선하고 있는 탓에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동안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나기 전까진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사실상 한 권한대행이 임명 요구를 거부한 것이라고 야당은 보고 있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한 권한대행의 '여야 합의' 요청이 도화선이 됐다. 당은 당초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총회를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럽게 담화 발표를 예고하면서 순연됐다. 한 권한대행이 야당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지켜보려고 했지만, 끝내 '거부 의사'를 내비치자 당은 곧바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당장 탄핵소추안은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고, 표결은 27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탄핵 추진은 소추안 발의부터 국회 본회의 보고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국회사무처 의사과 제출만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류됐던 탄핵소추안이 재추진되면서 여야는 각각 여론전에 돌입했다.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 탄핵 관련 입장 발표에서 "헌법상 책임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 권한대행이 아닌 '내란 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가장 적극적인 권한 행사인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해놓고, 가장 형식적 권한 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국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날 국회 본회의 산회 직후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이 탄핵하겠다는 것은 한 권한대행이 아니라 국정·민생·외교·대한민국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정을 마비시키고 초토화시키는 민주당이야말로 내란 정치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버티는 한 권한대행 보다 다음 순번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넘기는 것이 헌법재판관 임명 시일을 단축시키는 길이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헌법재판관 9인' 체제는 민주당 입장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안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열쇠'였지만, 한 권한대행의 확고한 입장을 꺾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의 이번 결단이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곧바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임명권한의 정당성을 두고 여당의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 후순위인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 권한대행과 함께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반대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모두 '내란 공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최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 의지를 확인했는가'라는 물음에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며 "(한 권한대행 탄핵) 이후 상황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의총에서 공유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욱 구체적인 상황을 앞서서 생각해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에 우려를 드러낸 우 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에 대해 어떤 기준을 잡을지가 결국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무위원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이면 한 권한대행 탄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당초 국무총리 직무수행 중 발생한 문제의 경우 일반정족수가 적용된다는 다수 헌법학자 의견(13인)을 근거로 들다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탄핵 사유 구분 없이 가중정족수(대통령 기준)가 적용된다는 일부 의견(2인)도 새롭게 언론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두고 정치권과 학계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갑론을박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열쇠'를 쥔 우 의장의 결단이 정국 향방을 가르게 됐다. 우 의장은 지난 24일 "의결정족수의 일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한다"며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재 우 의장은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부에선 우 의장이 '국무위원 탄핵 기준'을 한 권한대행 탄핵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주장하자, 의장실은 "우 의장은 의결 정족수를 151석으로 확정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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