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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고, 지고…왜?] 줄줄이 위기…전통강자만 남는다


건설산업, 태영 사태로 시작해 전북 제일건설 부도로 마감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이어 해외원전 발주에 플랜트 부각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2024년 건설업계는 새해 벽두부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떠들썩했고, 연말 가까이 전북 소재 제일건설의 부도 소식이 전해지는 등 중견 건설사들의 수난이 유난히 심했다. 그만큼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었고, 금리 상승 등에 따라 사업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도심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통 강자들의 주택사업이 활기를 띠고, 해외원전 등 플랜트사업 발주가 늘어나며 관련기업들이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태영건설은 지난 1월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개시해 자산 매각 등을 이어오고 있다. 침체된 건설 경기에 더해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가 고금리 기조와 더해지며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 사태로 태영건설의 올해 시공능력 순위는 지난해에 비해 한꺼번에 8계단 떨어지며 24위로 밀렸다. 다행히 최근에는 워크아웃 돌입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1280억원 규모의 장암6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등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사옥, 골프장 등 자산 매각을 진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데 광명의 호텔 등 남은 자산도 매각하려 한다"면서 "부동산 PF 사업장도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채권단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제2의 태영건설이 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장 컸다. 신세계건설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그룹이 적극 방어에 나서며 사태는 진화됐다. 신세계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2022년 이후 2년 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건설 상장을 폐지하는 구조조정을 한 후 이마트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으로 정리됐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주가 지난 1월 서울시 영등포구 태영건설 여의도사옥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중견급 이하 건설사들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30곳으로 지난 한 해 전체 부도 처리 업체(21곳) 규모를 넘어섰다.

12월 초 전북 익산을 거점으로 하는 제일건설이 7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부산에서는 올해 상반기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에 이어 지난달 신태양건설이 5억3000만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고 부도가 나는 등 줄줄이 쓰러졌다.

이처럼 올해는 공통적으로 대형-소형 건설사, 수도권-지방의 회사 규모별,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삼중고에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져 공사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방 미분양이 쌓이는 등 부동산 PF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건설사들은 잔뜩 몸을 움츠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급부상한 건설사는 찾기가 쉽지 않다. 무분별한 수주보다는 선별 수주 전략으로 옥석가리기를 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역시 전통의 강자인 대형 건설사들이다. 10대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연간 수주액이 모두 1조원을 넘기며 비교적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건설의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6조612억원으로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4조6121억원)보다 약 1조5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포스코이앤씨는 4조7191억원을 기록해 두번째로 많았다. 이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이 각각 3조6398억원, 대우건설은 2조9823억원으로 연간 수주 목표액(3조4000억원, 2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건설사들도 눈에 띈다.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팀코리아’가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2기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팀 코리아에는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이 포함됐다.

특히 발전 설비, 담수설비, 건설 등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원전 사업을 재개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한수원과 약 1조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수주했다.

이에 힘입어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시공능력평가액은 지난해(1조52억원)보다 3배 넘게 늘어난 3조1225억원으로 순위도 42위에서 14위로 28계단이나 뛰었다.

두산밥캣 CI. [사진=두산밥캣]

이상헌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무탄소 에너지원이자 안정적 전력 공급원을 통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원전이 확대될 것"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유럽, 중동 등에서 대형 원전의 발주가 본격화되면서 10기 이상의 수주가 가시화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현정부가 계엄과 탄핵 사태로 원전 프로젝트는 다시 기로에 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과거 큰 변화가 없던 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면서 중단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친원전'으로 바뀌면서 건설공사 발주가 잇따랐는데, 탄핵 정국 이후의 정부 정책수립에 따라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제11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이 계획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게 바로 정부 정책 방향으로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이 틀어지면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건설사는 일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발표된 제11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는 오는 2038년까지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최대 3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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