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쟁점법안 6건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연일 탄핵 카드를 만지던 더불어민주당이 엄중 경고하는 데 그쳤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이 남은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내란 특검법 수용 여부가 탄핵소추안 발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민주당은 19일 한 권한대행이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즉각 반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며 "한 권한대행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이 아니라 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 정지된 이후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자, 민주당은 연일 한 권한대행을 향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전날(18일)에는 공개적으로 '탄핵소추안' 마련 중임을 밝히면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날 한 총리가 쟁점법안 6건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한 후 민주당은 탄핵소추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꺼리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향해 한 권한대행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소추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선을 넘지 말라'는 식의 로우키(Low-key·절제된 방식) 대응을 택했다.
이는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카드를 손에 쥔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현재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 임명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오는 23~24일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착수했따. 인용 결정이 나기 위해선 재판관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헌법재판관 총원인 9인 체제를 복구해서 탄핵심판이 기각될 확률을 줄이는 게 유리하다. 이 때문에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자극을 최대한 줄여 재판관 임명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탄핵 사유로 보기에 부족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섣부른 탄핵 추진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당장 한 권한대행 측은 이 점을 파고들어 방어하는 형국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권한을 이어받은 권한대행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게 탄핵 사유가 된다는 판단은 어느 헌법과 법률 규정에 의해서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현재 당내 탄핵에 대한 입장이 찬성·유보로 양분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탄핵안 발의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당 원내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과 관련해) 레드라인이 명확하진 않다. 사안에 바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란·김건희 특검법 수용 여부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때 탄핵소추를 추진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검찰을 신뢰하지 못해서 내란·김건희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고,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책적인 사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지만,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를 안 할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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