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재계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미국 대관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면서 국제 질서가 급변하고 기업에도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탁핵되면서 경제 외교의 큰 공백이 생김에 따라 재계 총수와 이들 대관 담당 인력의 민간 외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상황이 됐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18일 "트럼프의 외교 노선이 미국우선주의인 게 명백하기 때문에 경제 외교의 많은 문제가 두 나라 정상 간의 담판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의 경우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 놓이게 됐다"며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심정으로 재계도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미국은 국내 주요 수출 기업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이전에도 미국 대관 인력을 전진배치해왔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올해에는 특히 더 미국 대관 강화에 신경쓴 게 사실"이라며 "대통령 탄핵과 외교 공백이 생겨 美 대관 강화가 더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쿨터 내정자는 최근까지 글로벌 방산 기업 레오나르도 DRS에서 글로벌 법인 사장 사업개발 부문을 맡으며 해외 방산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쿨터 내정자는 특히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 합동참모본부에서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북미 대관 총괄 조직인 'SK 아메리카스'를 신설하고 미 행정부 주요 인맥 확보에 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 7월 합류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에 북미 대관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할 만큼 미 행정부에 깊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423만 달러(약 61억원)의 로비 자금을 집행해 왔는데 이번 딜레이니 부사장을 필두로 미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시장 정체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축소 등 파고를 맞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8월 신설된 글로벌 대관 조직(GPO)를 적극 활용 중인 상황이다. GPO를 올해 사업부급으로 격상 시킨 데 더해 외교관 출신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특히 미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을 전력기획담당 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성 김 사장은 미국 내에서 폭 넓은 정관계 인맥을 보유하고 있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또 회사의 첫 외국인 대표이사(CEO)를 맡은 호세 무뇨스 사장은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시의 반 존슨 시장, 펨브로크시의 티파니 제이글러 시장 등과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운영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계 교류 행보에 본격화하면서 미 행정부 접점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그룹의 북미 대관 총괄 LG 워싱턴사무소는 이달 초 현지 로비 업체 '캐피톨 카운슬(Capitol Counsel)'과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관맥 (官脈) 찾기에 나섰다.
이번 계약 체결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자와 배터리 사업을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해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기업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관세와 공급망 등의 중요한 사안을 현지에서 효과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부과해 고율의 관세를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가 예고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통상을 조율한 행정부 최종 책임자가 부재 상태인 것도 재계를 고심하게 만드는 요소다.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고 있지만 국제 사회외에서 정상급 외교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내년 1월 방한을 예정했지만 최근 탄핵 정국에 따라 이를 취소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한국과 일본 방문을 추진하다 방한을 취소하고 방일만 진행하기로 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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