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내년도 위기 타개를 위해 서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 확대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민은행은 체질 개선을 통한 내실 있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국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둔 대기업 집단은 신세계, KT,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 등 세 곳이다.
소속 기업체까지 확대해도 206개에 머물러 하나·우리까지 포함한 4대 은행 중에선 대기업 거래 비중이 가장 작다. 반면 신한은행은 대기업 거래 집단이 7곳으로 소속기업체까지 확대하면 900여개가 넘는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 대출까지 포함한 전체 기업대출로 확대해도 포트폴리오가 양호한 편이다. 9월 말 두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6조6000억원 가량으로 국민은행이 소폭 앞서는 데 반해, 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은 국민은행이 35조원 이상 많다.
실제로 9월 말 국민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소상공인 대출 비중은 25.5%로 4대 은행 중 가장 많다. 기업 대출 부문에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53%로 4대 은행 중 가장 높다. 산업별 부실 대출 잔액도 1조1836억원으로 신한은행(6743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은행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소상공인 대출 비중이 비교적 높고 대기업 거래 규모가 작아 기업 대출 면에서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수적인 여신정책과 시스템에 따른 미연체 고정이하여신이 많다"며 "경쟁 은행 대비 보수적인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으로 부실여신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행은 내년에도 외형 확장보다는 체질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후보자는 양종희 회장에 이은 재무통으로 꼽힌다.
KB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도 이환주 후보자를 내정한 이유로 "국민은행의 내실 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자본 비용 효율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통해 일관된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자본 규모가 커 현재까진 자본 비율에 무리가 없지만, 부실이 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도 '영업통' 정진완 후보자를 내정하며 영업에 방점을 뒀지만, 예년보단 보수적인 기업 대출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던 하나은행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신한은행은 조직 개편에서 영업 본부를 지금보다 2배 늘리고 현장 영업 중심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체질 개선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면 중장기적으론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기대감도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단기적으로는 주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전성을 개선해 이익 체력이 좋아진다"면서 "단순 외형성장이 아닌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 당국이 가계대출을 바짝 쪼이면서 기업 대출이 출구 전략이 된 상황이어서 내년에는 기업 대출 부문 전략과 실행이 은행의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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