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우리가 잘하는 걸 합시다."
지난 12일 하나은행장에 내정된 이호성(60) 하나카드 사장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하나카드 대표로 취임할 때도, 신년사에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늘 현장에서 답을 찾는 스타일로 전해진다.
이 대표의 하나은행장 내정은 예상하지 못한 인사로 불린다. 오래전 신한카드 사장이 신한은행장을 놓고 경합했던 적은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에선 은행과 카드의 사이즈 차이가 워낙 커 언감생심 쉽게 떠올릴 그림은 아니었다.
이 대표의 하나은행장 내정은 남다른 실적이 먼저 꼽힌다. 해외 체크카드 결제와 외환거래 이익(외환차익)은 올해 9월 말 카드사 중 1위였다.
600만 픽 '트래블로그' 역할이 컸다. 트래블로그는 2022년 7월 출시한 하나카드의 해외여행 특화 카드다. 여행 수요 폭발로 체크카드 결제액이 가장 많이 늘자, 후속 카드와 서비스를 속속 냈다. 전임 사장 때 시작했으나, 트래블로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외환차익도 1위였다. 하나카드의 외환차익은 올해 9월 말 879억원에 달한다. 1년 전보다 31% 늘었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527억원,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제공하는 현대카드는 352억원에 그쳤다.
이번 금융권 인사에서 5대 카드(KB국민·신한·하나·우리·삼성) 중 아직 발표하지 않은 우리카드를 제외하고 모두 카드 사장이 교체됐다. 이호성 사장만 살아남았다. 그것도 가장 큰 계열사인 은행장으로 영전.
한 카드사 관계자는 15일 "업계가 모두 연임할 것으로 예상했던 다른 카드사 CEO들이 젊은 세대로 교체되는 걸 보면서 하나카드 사장도 예상과 달리 교체되려나 싶었는데, 하나은행장으로 영전했다"며 "실적과 능력을 높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1964년생 이호성 하나은행장 내정자는 '영업통'으로 불린다. 43년간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사장은 대구중앙상고를 졸업한 뒤 1981년 한일은행 대구지점, 하나은행 삼성센터지점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하나카드 사장으로 취임했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도 "이호성 사장은 영업 현장에 가장 오래 있으면서 현장 중심에 적합한 CEO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호성 사장을 제외하면 카드사들의 대표 인사는 대체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안정 대신 '변화'를 택했다는 말이 어렵지 않게 들린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부사장을 건너뛴 본부장급 인사를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박창훈(56) 페이먼트 그룹 본부장이다.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위협이 거세지자, 진옥동 회장이 충격요법을 썼다는 얘기도 나온다.
2위 삼성카드는 김이태(58) 삼성벤처투자 사장을 차기 카드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데이터와 디지털 혁신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는 '영업통'보단 '재무통' 김재관(56)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했다.
신용카드사들의 수장이 모두 바뀐 만큼 내년에 카드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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