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에 관한 재판에서 카카오 측 변호인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경영 철학, 내부 회의에서 이뤄진 논의 등에 관한 증언을 바탕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의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는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그룹의 주요 투자 사안을 논의하는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SM 지분을 매입하자는 논의가 있었는지 물은 카카오 측 변호인의 질의에 "전혀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등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SM 지분을 매집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카카오와 특수 관계라고 판단, 카카오가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대량 보유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오래전부터 SM 인수를 계획해 온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 했고 김 위원장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아 승인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 변호인은 김 위원장이 오히려 SM 인수를 반대했다는 점 등을 들어 검찰의 주장에 정면 반박해 왔다.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2023년 1월 30일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김 위원장은 두 회사(카카오-SM)의 기업문화가 합쳐지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SM 인수에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회사의 아이덴티티(정체성) 변화 등과 관련해 이야기하며 '그래도 괜찮아?'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반문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SM을 인수하면 기존에 제가 담당하던 부문(웹툰·웹소설)의 비중이 줄고 음악과 영상 제작 부문의 비중이 늘게 되는 점에 대해 짚었던 것으로 이해했다"며 "카카오에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었던 만큼 결국은 (김 위원장이) SM 인수가 탐탁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고 경영진은 사업적 중요성과 장기 비전 측면에서 보면 (SM 지분 인수와 관련해) 협상을 아예 못할 것까지는 아니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는 등의 설득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3년 2월 15일 투자심의위원회 회의 이후에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CA협의체 사업전략팀장(전 투자전략실장) 간 통화 녹취록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평화적으로 가져오라, 이게 무슨 소리야, 골치 아프다' 등이 언급된 부분과 관련해 이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은 평소 인간 관계에서나 회사에서, 말단 비서한테도 권위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라는 말을 했다면 토론이 활발한 카카오의 기업문화 특성상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등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다른 회사와 싸우면서 까지 하는 방식은 우리(김 위원장의) 스타일이 아니고 김 위원장이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도 서로 아는 관계다 보니 불편하다는 식의 이야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른 경영진에게) 하이브와 만나서 이야기해 보라는 것도 평화적으로 논의를 해보라는 의미였던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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