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한숨 돌린 SPC…글로벌 사업 '탄력'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SPC그룹이 '사법 리스크'를 점차 털어내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도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SPC 회장 일가의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로 양도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SPC삼립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밀다원을 인수해 파리크라상과 샤니에 각각 121억6000만원과 58억1000만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고 판단했다. 밀다원은 밀가루 공급사로, 허 회장 일가가 파리크라상 등 지분을 통해 사실상 보유한 회사다.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던 허 회장은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의혹을 털어내게 됐다.

SPC는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계열사 부당 지원과 관련한 시정명령과 647억원의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파리크라상 등 계열사와 삼립 간 거래 중 2015년 이전 밀가루 거래에 대해서만 부당 지원 성격을 인정하되 나머지 거래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허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낸 것은 아니다. 그는 현재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 소속 민주노총 조합원의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여기서도 무죄 판단을 받아낸다면 SPC의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PC는 지난 1월 '변화와 혁신·현장중심·글로벌 강화'에 방점을 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경험이 많은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그룹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연결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은 약 8조1000억원으로 2020년 약 6조5000억원 대비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해외법인 매출 역시 4000억원에서 6500억원까지 급증했다.

SPC는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차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0월 해외 500호점을 달성한 파리바게뜨는 올해 10월 600번째 매장을 오픈하면서 1년 만에 매장 100개를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핵심 시장인 북미를 넘어 태국과 브루나이,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에도 추가 진출 계약을 맺었다. 또한 인도네시아까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기업인 에라자야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는 400억원을 들여 빵과 케이크, 소스류 등 60여 개 품목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고 있다.

그동안 유럽 시장에서 프랑스, 영국에 진출해 직영점만 운영해 왔던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영국에 첫 가맹점도 오픈하며 가맹 사업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활성화된 영국은 파리바게뜨의 유럽 시장 확장을 위한 중요한 거점으로 이번 가맹 1호점을 시작으로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적극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