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정순택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11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어느 때보다도 큰 혼란과 갈등 속에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며 "여러 혼란스럽고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민주적·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 전체의 행복과 공동선을 향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이날 발표한 성탄(크리스마스) 메시지에서 "갑작스러운 정치적 불안정 속에 들려오는 불안과 분열의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선한 양심을 지닌 많은 이들이 정의와 진리를 갈망하며 목소리를 내지만, 그 외침이 외면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비록 두려움과 불안 속에 빠져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정의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며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주교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도 교회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소명이 있다. 그러나 교회의 목소리는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함께 공동의 선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따뜻한 인간 존중의 자세'로 지혜롭게 이 격동을 헤쳐 나가기를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이날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도 만나 비상계엄 사태 관련 담화를 나눴다.
대주교는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에도 국민이 평화로운 의사표현으로 평화의 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며 "헌법적·민주적인 절차를 준수하며 새롭게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은아 대표는 이에 "정치권에서 빠른 수습이 필요하다"며 "개혁신당이 공정, 자유, 책임의 기치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중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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