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오늘 운이 좋은데요. 닭꼬치랑 초밥에 40% 할인 붙었네요."
지난 10일 오후 9시쯤 찾은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 한 마트 직원이 델리코너 상품들에 마감 할인 스티커를 붙였다. 할인율은 10~40% 수준. 스티커가 붙자 소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상품을 하나둘씩 집어갔다. 마트 폐장 시간인 11시가 임박하자 델리코너 매대는 거의 동이 났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사회초년생 이모(27)씨도 40% 할인이 붙은 상품 2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씨는 "오늘은 회식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면서 마트에 들렀는데, 종종 폐장 직전 시간에 이곳을 찾는다"며 "가격이 비싸 시켜 먹거나 해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음식들을 '득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트 마감시간을 노려 '폐장런'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마감 2~3시간 전부터 즉석식품 등 당일 판매해야 하는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의 경우 올해 1~11월 오후 7~11시 델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들어 델리코너를 비롯한 신선 제품 매출이 늘고 있다"며 "매월 정기휴무 전날에는 마감 시간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즉석식품하면 빠질 수 없는 편의점도 마감 할인을 찾는 '알뜰족'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GS25는 모바일 앱에서 소비기한이 3시간 이하로 남은 간편식을 최대 45%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 만에 매출이 5.3배 늘었다. 세븐일레븐도 2020년 업계 최초로 시작한 마감 할인판매 '라스트오더' 주문액이 증가하는 추세다.
소비자는 할인받을 수 있고 편의점은 폐기 식품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윈윈'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음식물 처리 등)을 줄이고 온·오프라인 플랫폼 연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커머스도 마감할인 카테고리를 내걸고 있다. 쿠팡은 와우회원 전용 로켓프레시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을 특가에 판매한다. 11번가도 잔여 소비기한이 30% 이내인 품목을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는 '임박마켓'을 선보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시달린 소비자들이 마감 할인 행사를 찾아 발품을 파는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며 "최근 소비자들은 무조건 싼 것보다 품질이 좋은데 저렴한 상품을 찾는 똑똑한 소비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천정부지로 오른 외식물가는 잡힐 줄 모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5%)과 비교해도 1.4p 높은 수준이다. 내년 물가가 더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탄핵 정국 장기화로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데, 환율이 높아지면 식품·에너지 등 수입 물가도 상승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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