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아직 매출에 큰 영향은 없지만, 올해 워낙 부진했던 만큼 연말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대목을 맞아 소비심리가 꿈틀대고 있었는데, 다시 얼어붙을까 걱정이네요."(A 백화점 관계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로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정치 이슈가 내수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영업을 이어가면서도 탄핵 정국이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얼마나 오래 정국의 불안이 이어질지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소비심리가 위축돼 악영향을 겪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10월 102에서 국정농단 의혹이 확산하며 촛불집회가 시작된 11월 95.7까지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체감 경제상황과 구매의사 등을 반영하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확정하기 전인 2017년 3월까지 이 지수가 100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p 떨어진 100.7이다.
백화점업계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에 많은 인파가 모이며 교통이 복잡한 도심 백화점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각각 서울 시청광장에 인접해 있고, 더현대 서울은 여의도역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백화점 3사는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도심 시위를 피해 강남권 등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이 늘며 전체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홈쇼핑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TV 뉴스에 시청자들을 빼앗기고 있는데, 저녁 뉴스 시간은 홈쇼핑 황금 시간대와 겹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MBC 뉴스데스크는 전국 시청률 10.3%를 찍었다. 2016년 11월 탄핵 정국 때도 홈쇼핑 카드 승인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63.3% 감소한 바 있다.
반면, 편의점업계는 '씁쓸한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필품·간편식이 중심인 만큼 다른 오프라인 채널과 달리 소비침체 타격이 적고 겨울 집회에 필요한 물품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대비해 대응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점주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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