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10년째 제자리걸음인 중소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과 달리, 초기·소규모 기업보다 대형 우량 기업에 정부의 정책금융 혜택이 집중된다는 이유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에 세제·정책금융 혜택이 큰 편이어서 대형 우량 기업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기 위해 성장을 회피하는 '피터 팬 신드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고 민간 금융시장의 구축(투자 위축)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제3조 제1항)을 개정해 매출액 기준을 낮춰야 한다"며 "중소기업기본법(제2조)도 개정해 근로자 수 기준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금융은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 출자,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기업은행 대출, 한국은행·산업은행 간접대출, 기술보증기금(기보)·신용보증기금(신보)·지역 신용보증기금(지역 신보)의 신용대출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했다. 현재 중소기업의 제조업·서비스업 총자산 기준은 모두 5000억원 이하다. 제조업·서비스업의 매출액 기준은 각각 800억~1500억원, 600억원 이하다. 모두 이전보다 중소기업 범주를 확대한 것이다.
다만, 임형준 위원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범주는 미국·EU·일본과 달리 지나치게 넓어 정책금융이 자칫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형 우량 기업에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외연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중소기업 범주는 제한적이다. 일본 중소기업의 자본금 기준은 제조업 약 27억원(3억원엔) 이하, 서비스업 약 5억원(5천만엔) 이하에 그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총자산 기준이 5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최대 1666배 낮은 편이다. 미국은 EU·일본보다는 범주가 넓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법은 근로자 수도 제외하고 있다. 미국의 중소기업 기준은 근로자 500명 이하다. 일본은 제조업·도매업·서비스업은 각각 300명, 100명, 50명 이하다. 영국과 호주는 각각 250명 이하, 200명 미만이다.
임형준 위원은 또 "우리나라의 초기·소규모 기업은 성장성이 높지만, 자금조달 갭(GAP·차이)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금융기관과 관할 부처는 이들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기보·신보·중진공 등은 창업 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지만, 기준이 업력으로 단순화돼 있어 제한적인 만큼 정책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정책금융 지원이 축소되는 대형 기업들은 산업 재편, 산업·기업 구조조정, 전략산업 지원 등 산업정책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