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영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가 기업공개(IPO)와 공개매수 등을 주관하면서 이해상충 관리를 게을리하거나, 주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엄중조치하겠다고 했다. 파두 IPO 과정에서 예상 매출액을 부풀린 한국투자증권 사례를 직접 지목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5일 오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와의 긴급현안 간담회에서 "IPO 주관업무 등 수행 과정에서 고객과의 정보 비대칭을 악용해 증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공모가 부풀리기 △중요사실 부실기재 △상장직후 대량매도 △공개매수제 악용 등의 행위가 다수 발견됐다"며 "투자자와의 이해상충 관리를 해태하거나 주관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황 부원장의 경고 발언은 '파두 사태'와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공모가 부풀리기 사례를 지목한 것이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파두는 지난해 8월 기술특례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전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2023년 연매출 추정치를 1203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상장 직후 공개된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에 기업공개(IPO)를 위해 2분기 실적을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뻥튀기 상장 의혹이 불거진 뒤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해 11월부터 수사에 나섰다. 파두를 비롯해, 상장 대표 주관사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 한국투자증권, 한국거래소 등을 압수수색 했다. 파두의 최대 매출처였던 SK하이닉스도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금감원은 파두가 매출 전망치를 부풀리고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책정한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에이비엘바이오 상장주관을 하면서 떠안은 실권주를 상장 직후 매도해 제재를 받았고, 올해는 에이럭스 상장을 주관하며 프리IPO 투자에 참여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상장 직후 팔아 논란이 빚어졌다.
사상 초유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 취소를 통보받은 이노그리드의 주관사 역시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아 중요 사항 누락 지적을 받았다.
또 함 부원장은 "최근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의 경우 단기실적 중심의 성과보수체계가 임직원들로 하여금 과도한 수익과 리스크를 추구하도록 유도했다"며 "상급자의 수직적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감사 부서의 수평적 내부통제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불법행위가 전혀 통제, 관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함 부원장이 지목한 사고는 최근 신한투자증권 ETF LP 부서에서 발생한 1300억원 금융사고다. 해당 LP부서는 본연의 유동성 공급 목적의 헷지거래 이외에 선물 투기거래를 지속해 손실이 누적됐고, 8월 초에는 코스피200이 급락하면서 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관련 임직원들은 손실을 감추기 위해 내부관리손익을 조작하고, 허위 스왑계약을 작성하는 등 위법행위가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수직적·수평적 내부통제의 부실로 인해 사고가 장기간 미적발됐다.
금감원은 향후 자본시장 관련 긴급 현안사항이 발생할 경우 'CEO 레터'를 통해 신속하게 현안을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2025년 검사 업무 핵심 과제로 '내부통제 운영 적정성'을 설정하고 이를 강도높게 점검할 방침이다.
/서영준 기자(seo0703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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