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기습적인 비상계엄에 실패한 윤석열 대통령이 최악의 역풍을 맞게 됐다. 4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번 주말까지 자발적 하야 여부를 결정하라며 사실상 최종 통보한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 이르면 6일, 늦어도 7일 표결에 들어갈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그동안 '김건희 리스크', '명태균 게이트' 의혹 등을 앞세워 '윤 대통령 탄핵' 군불을 때왔지만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탄핵소추 사유인 위헌·위법행위가 없다"는 여당 방어에 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탄핵사유인 위헌·위법성을 스스로 충족시켰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도 나온다. 헌법재판 전문인 한 변호사는 "위헌·위법 요소가 말 그대로 명백하고도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계엄사유는 충족했나
헌법 77조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함께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를 계엄 선포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비상계엄 선포에서 민주당 주도의 탄핵 폭주로 인한 △사법 업무 마비 △행정부 마비와 주요예산 삭감에 의한 △국가재정 농락을 지적했다. 그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 해석은 회의적이다. 민주당의 탄핵 남발이나 주요 국가예산 삭감, 기형적 입법발의 등이 다소 지나치더라도 헌법이 국회와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 것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헌법 교수는 "지금은 사법부 중립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등 삼권분립에 따른 대국회 견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면서 "이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법학전문대학원 헌법교수는 경비계엄이 아닌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을 두고 "대통령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 계엄군을 동원해 군사상 위협에 대응할 상황이냐는 것이다.
◇법적 절차는 적정했나
이번 사태에서 가장 명백한 위헌·위법성으로 지적되는 것이 비상계엄 선포 절차의 적절성이다. 헌법 77조 4항은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정했으나 윤 대통령은 이를 위반했다. 헌법 89조는 계엄과 그 해제에 관한 사항은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정했다. 비상계엄 발령 초기 국무회의를 거쳤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선포 전 국무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야 6당이 국회에 접수한 탄핵소추안에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돼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1시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권을 가결한 뒤 3시간 30분만에 국무회의를 열고 계엄해제안을 의결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의 위헌성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은 전날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포고하면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다. 헌법 77조 3항은 계엄사령부가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했지만 국회와 지방의회의 권한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결국 전날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1호부터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이와는 별도로 계엄군이 처음부터 국회를 표적으로 진입한 것도 논란 거리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9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시간 20분쯤 뒤인 오후 11시 48분 부터 이튿날 오전 1시 18분까지 24차례 헬기를 동원해 무장한 계엄군 230여 명을 국회 경내에 진입시키고 이와 별도로 계엄군 50여 명을 추가로 국회 담장을 통해 경내에 진입시켰다. 그러나 다른 정부청사나 법원, 헌법재판소 등에는 계엄군이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를 아예 '범죄자 집단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로 규정하고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입법 독재' 언급 부분을 보면 윤 대통령이 가리킨 '국회'는 민주당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108석을 보유한 여당의 존재를 부정한 것으로, 계엄선포에 사적 감정이 개입됐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내란죄 수괴?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자체가 가지는 위헌성과 함께 윤 대통령을 직접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헌적으로 국회 활동 금지를 기도함으로써 국가권력 배제, 국헌 문란이라는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란죄 현행범인 경우에는 즉각 수사와 기소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야 6당은 탄핵소추안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철저하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발령한 뒤, 군을 불법 동원하고, 국회를 봉쇄하는 등 위헌적 정치도구화를 자행하였으며, 일부를 국회에 난입시켜 국회 기능 마비를 시도하였는바, 이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군을 통수해야 할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내란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은 이날 직접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내란죄 및 직권남용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