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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인사는 회전문" vs "생존 위한 고육지책"


옛 미래전략실 출신 중용하고 OB 경영자들도 복귀
"현재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
"관료화된 삼성의 혁신 의지 안 보인다"는 지적도
반도체 3대 사업부 수장 모두 '외부 수혈'됐던 인사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이 경영진단 강화, 베테랑 경영자의 귀환 등을 골자로 하는 사장단·임원 인사를 단행하자 업계에선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와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디스플레이·SDI·글로벌리서치 등 전자 관계사들은 지난달 27일과 29일 잇따라 2025년도 인사를 마무리했다.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장. [사진=삼성글로벌리서치]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장. [사진=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사장급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초대 실장으로 최윤호 삼성SDI 사장을 선임했다.

각 관계사에 경영진단팀이 있지만, 더 전문적인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을 새로 만든 것이다. 최 사장은 과거 미래전략실에서 '전략' 업무를 오랜 시간 담당했었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진단실 신설은 여러 계열사들의 위기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중요한 대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처럼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인사들도 중용됐다.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이 사장 승진 후 반도체경영전략실로 이동했고,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은 사업지원TF로 복귀했다. 두 사람 모두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왼쪽부터) 고한승 미래사업기획단장, 이원진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고한승 미래사업기획단장, 이원진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베테랑' 올드보이(OB)들의 경영 일선 복귀도 이번 인사의 중요한 특징이다.

고한승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원진 상담역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5월 원포인트 인사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맡게 된 전영현 부회장도 대표적인 'OB의 귀환' 사례다. 전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SAIT 원장까지 도맡으며 사실상 연구개발(R&D)부터 양산·공급까지 전권을 쥐게 됐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베테랑들의 복귀는 현재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면서도 "1년 정도 위기를 넘기고 나면 내부 인재 풀(pool)에서 신임 메모리사업부장을 낙점하지 않겠냐"고 했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불거진 근원적 기술 경쟁력 저하 우려를 '베테랑의 힘'으로 빠르게 극복하겠다는 고심이 담긴 인사라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의 이번 인사를 두고 '회전문 인사'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혁신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인사"라고 평가하며 "관료화 된 삼성을 혁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최윤호 사장, 김용관 사장 승진자 등 미래전략실 출신들이 오히려 중용됐고, 인공지능(AI) 관련이나 새로운 미래성장 산업에 대한 인사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격적 변화는 아니다"라며 "베테랑 경영자들이 시험대에 한 번 더 오르는 것 아닌가 싶다"고 봤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운드리사업부장 인선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한진만 사장은 메모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분인데, 파운드리는 그 업의 성격이 전혀 다르지 않은가"라며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한편 DS부문의 3대 사업부 수장이 모두 '외부 수혈' 인사로 교체된 점도 눈길을 끈다.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는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출신이다.

한진만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삼성전자에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로 이직했다가 다시 삼성에 합류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은 DB하이텍 대표이사 출신으로 2014년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박 사장의 경우 모바일AP '엑시노스' 부진으로 교체 관측이 많았지만, 미국 빅테크 고객사로부터 이미지센서 관련 제안을 받고 신제품 기술·개발에 한창이라 사업 연속성 측면에서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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