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회의장에서는 야망이 낮은 국가의 방해 공작이 한창이다. 우호국 연합 회원국 등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구속력이 없는, 아무 의미 없는 협약문에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
현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를 두고 옵저버 등으로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시민단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INC5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 회의이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이 아닌 강력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협약문이 필요한데 여전히 이 부분에서 대부분 국가가 미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29일 INC5 새로운 논페이퍼(non-paper)가 공개됐다. INC5에 참여한 각국 정부 대표단은 12월 1일 회의 기한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을 정리한 요약본인 ‘논페이퍼(Non-paper)’를 기초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5일 17쪽 분량의 논페이퍼를 사용하는 데 합의한 이후 29일 의장은 컨택 그룹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논 페이퍼를 제안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INC5 그린피스 대표단장)는 “새롭게 제안된 논페이퍼는 협약 성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여러 선택지를 담고 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각국 정부 대표단은 형식적 협약을 거부하고,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앞으로 남은 협상 기간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세계자연기금(WWF)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에이릭 린데붸에르그(Eirik Lindebjerg) WWF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책임자는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Luis Vayas Valdivieso) INC 의장이 제안한 새로운 초안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협약에 필요한 기본 요건, 즉 글로벌 금지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당 초안에는 대다수 국가가 지지하는 고위험 플라스틱 제품과 우려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글로벌 금지와 같은 구체적 생산 단계 조치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이러한 조치 없이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목표를 가진 국가들은 생산 단계에서의 조치가 최종 협약문에 포함되도록 입장을 고수하고, 의지가 있는 국가 사이에 보다 야심 찬 협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생산 감축 등 구체적 실행계획이 결여되면서 INC5에 옵저버로 참여 중인 국제 환경 NGO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막바지 협상 촉구에 강력하게 나서고 있다.
국제 환경 NGO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타협이 아닌 용기’”라며 “회의장에서는 야망이 낮은 국가의 방해 공작이 한창인 반면, 우호국 연합(HAC) 회원국 등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구속력이 없는, 아무 의미 없는 협약문에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정부 대표단은 약속을 저버리고, 원칙을 무시하고, 분명한 과학적‧경제적 사실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협약이 플라스틱 위기 해결에 어떠한 도움을 주지 않는 무용지물 협약이 될지라도, 비현실적 만장일치 방식을 고수하면서 협상을 기간 내 끝내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자발적 조치에 의존한 약한 협약으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제 환경 NGO들은 “불필요한 피해가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며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받는 지역 공동체, 대다수의 시민들, 과학자, 기업은 전 주기에 걸쳐 구속력 있는 국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유국 등 야망이 낮은 소수의 국가 압력에 못 이겨 타협하거나 달성하기 어려운 만장일치 방식에 지구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UN 회원국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5차례 협상회의를 통해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의 협상 회의를 진행했는데 강력한 협약 체결을 지지하는 국가의 ‘생산 자체를 감축하자’는 주장과 약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산유국 등의 ‘재활용 포함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대립하며 유의미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5차 협상회의는 협약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INC5는 지난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시작돼 12월 1일 마무리된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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