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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00일 넘어선 '의료대란', 비상(非常)일 때 해결해야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일부 대학교들이 '의대 정원 증대' 변경안을 토대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수시전형 합격자를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의·정은 10개월째에 접어든 갈등을 아직도 풀지 못하며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했으나 정부와 의료계 측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가진 제3차 회의에서도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빚는 장기간의 마찰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며 발생한 '의료 대란'은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를 야기했다. 지난해 응급실 뺑뺑이가 총 112건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지난 7월까지 집계된 건수만 475건에 달한다. '의료 대란' 이후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 끝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도 속속 발생하고 있는 이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 의료계, 여당, 야당이 과연 국민을 위해 이 '의료 대란'을 종식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의·정갈등이 최초로 발생했을 때 의료계 협조를 요구하면서도 '법적 조치' 언급 등 강경한 태도를 어느 정도 견지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라는 가장 강력한 아군을 등에 업고도 현재까지도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자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던 시기 "비상진료는 문제가 없다"는 말로 자신들이 통제하지 못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의료계는 정부와 협의 이전에 내부 단결부터 제대로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의료 현장을 지키는 동료 의료인들을 조롱하는 추태를 보였으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은 끊임없는 막말 논란으로 내부 지탄을 받다 끝내 탄핵당했다. 협의체 역시 대한의학회와 KAMC 단 2곳만이 참여했고 이들조차 다른 의료계 단체로부터 협의체 이탈을 요구받는 등 의료계를 대표해 의견을 표명할 단체조차 명확하지 않다.

여당 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협의체 출범 이후에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샀으며 야당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미의힘 대표,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미의힘 대표,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의료진 부재'로 인해 응급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 4곳에 내린 보조금 지급 중단 등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까지 알려지며 오히려 이들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겨울에 시작된 갈등이 어느덧 또 다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의료 대란의 시기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는 결코 짧지 않았을 이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에게 "국민들을 위해서"라는 주장만 내세울 뿐, 정작 그 국민들의 고통은 전혀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코 앞에 응급실을 두고도 수십㎞ 떨어진 곳을 찾아 헤매다 목숨을 잃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반복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비상사태가 지속되고 길어진다면 사람들의 경각심조차 점차 무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 등이 빈번한 현 상황이 '의료 시스템의 붕괴 조짐'이라면 국민들이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 이를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의료 시스템의 완전 붕괴'를 뜻한다.

정부와 의료계를 비롯해 이번 사태에 얽혀있는 집단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진심으로 국민의 생명권을 위해, 비상(非常)이 일상(日常)이 되기 이전에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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