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전국 지방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한 가운데 경상남도 김해시와 시의회가 '결속' 차원의 체육대회 행사를 기획했다가 '예산 짬짜미' 의혹 등 비판이 일자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아이뉴스24>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안선환 김해시의장(국민의힘)과 박성연 김해시 기획조정실장은 예산 심의를 앞두고 모처에서 만나 의회와 집행부 간 원활한 시정 운영을 위해 상호 협력하고 결속을 다지자는 차원으로 체육대회를 추진했다.
시는 지난 8일 정책기획과 명의로 25일 오후 5시 김해시 안동체육공원 내 안동축구장에서 '의회-집행부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한다는 공지를 시의원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의원들은 반발했다.
2조원이 훌쩍 넘는 예산안 심의 기간에 의회와 집행부가 화합을 운운하며 체육대회를 가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야 의원들에게도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시민 정서와 동떨어진 의정활동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물론 심지어 안 의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 일부 시의원들도 안 의장과 집행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지자체의 한해 살림을 설계하고 결정하는 핵심적인 의정활동을 앞두고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또 53만 시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2조 2887억원(일반회계 1조 8844억원, 특별회계 4043억원)이라는 거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의회는 지방살림 계획을 꼼꼼히 따져 재정 건정성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민의힘 시의원들도 체육대회 불참을 통보하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시의원은 "안 의장과 박 실장이 (체육대회를) 독단적으로 협의한 것 같다"며 "전체 의원들의 의견도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예산 심의를 앞두고 견제 기관인 의회가 집행부와 의심을 살만한 행위를 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시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을 공개해도 좋다"면서 의장단을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역시 강하게 비난했다.
한 시의원은 "안 의장이 집행부와 2조원이 넘는 거대한 예산 심의를 앞두고 불필요한 의혹을 불러 일으켜 의회 위상을 손상 시키는 누를 범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안 의장은 집행부와 예산 심의를 두고 어떤 밀약이 있었는지 의회와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홍태용 김해시장에 대한 이른바 '패싱' 의혹도 불거졌다.
취재 과정에서 박 실장이 홍 시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석연치 않은 답변을 내놨고, 홍 시장 역시 <아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혀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행정체계상 의회와의 협력 교류에 대해 현직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기획조정실장의 전결처리는 유사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이례적이다.
김해시는 <아이뉴스24> 취재가 시작되자 종전의 입장을 뒤집고 지난 15일 시의회에 체육대회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박성연 기획조정실장은 "안 의장과 만나 의회와 집행부 간 원활한 시정 운영을 위해 상호 협력하고 결속을 다지자는 차원에서 체육대회를 추진했다"며 "추진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안 의장과 자연스레 의견이 오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홍태용) 시장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며 "(의회와) 논의 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와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뉴스24>는 안선환 김해시의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또 박 실장은 안 의장과의 논의 장소 등 일정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한편 김해시의회는 지난 21일부터 내달 20일까지 30일간의 일정으로 올해 마지막 회기인 제267회 제2차 정례회를 개회하고 2024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내년도 본(당초)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례안 및 동의안 등 총 52건의 안건을 심의·의결에 들어갔다.
김해시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올해보다 1616억원(7.6%) 증가한 2조 2887억원(일반회계 1조 8844억원, 특별회계 404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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