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두고 3인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과 형제(임종윤·종훈) 측이 28일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된 이번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주목된다.
◇이사회 재편 후 경영권 확보 노리는 3인 연합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교통회관에서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임시주총은 3인 연합의 요구로 소집이 결정됐다. 지주사의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그룹 오너일가의 모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으로 구성된 3인 연합은 △정관 변경의 건(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 △이사 2인 신규 선임의 건(신동국·임주현)을 상정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남 임종윤 이사와 차남 임종훈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사회는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형제 측이 5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해 이사회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3인 연합 측 구성원은 4명이며, 나머지 한자리는 공석 상태다.
3인 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린 뒤,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두 인사가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 3인 연합은 기존 4명에 2명을 더해 6명을 확보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
다만 정관 변경의 건은 특별결의 사안이어서 통과 요건이 까다롭다. 주총 참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즉 3인 엽합이 승리하려면 의결권 66.67%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통결의 사안인 이사 2인 신규 선임의 건은 출석 주주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한다.
◇ 국민연금은 '중립' 결정…소액주주 표심이 '변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을 살펴보면 3인 연합이 44.97%로 형제 측 25.62%보다 높지만, 두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6일 두 안건에 대해 모두 '중립' 입장을 결정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의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6.04%다. 국민연금은 중립 입장으로서 의결권을 나머지 주주의 찬반 비율에 맞춰 행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외 의결권 기관 등의 의견을 고려해 중립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의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로써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두 안건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들의 보유한 지분율은 23.25%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 모녀와 형제 간의 쌍방 고소와 설전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이를 크게 인식한 것 같다"며 "양측 갈등이 봉합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미래 전략에서도 큰 차이점이 없어 중립 입장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승부 땐 경영권 분쟁 지속 가능성
현재로서는 임시주총 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3인 연합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정관 변경의 건·이사 2인 신규 선임의 건 모두 가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관 변경의 안건의 경우, 소액주주(23.25%)가 주총에 참석했다는 가정하에 대부분의 지지를 확보해야만 가능하다. 반면 형제 측은 현재 지분에 7% 정도만 추가 확보하면 이를 저지할 수 있다.
이사 2인 신규 선임의 건 통과 가능성은 정관 변경의 건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3인 연합이 5.08% 이상 지분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형제 측은 25.39% 이상 의결권을 받아야만 해당 안건의 통과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중립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무효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다. 소액주주 표심 2.51% 이상이 3인 연합 측으로 갈 경우, 국민연금 표심 역시 잇달아 3인 연합 측에 적용된다.
만약 정관 변경의 건이 부결, 이사 2인 신규 선임의 건이 가결되면 3인 연합과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은 무승부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신 회장과 임 부회장 중에서 한 명이 지주사 지주사 이사회 공석을 채우게 된다. 이에 따라 3인 연합과 형제의 이사회 비율은 5대5로 같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시나리오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은 내년 3월 예정된 정기주총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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