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엔씨소프트가 본사 중심의 개발 구조에서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도입해 변화를 꾀한다. 급변하는 게임 트렌트를 즉각 반영하고 개발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넥슨, 크래프톤 두 기업 또한 스튜디오 체제로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한 만큼 엔씨의 변화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 분할을 통해 게임 개발 독립 스튜디오 세 곳을 비상장법인으로 설립하는 안을 의결한다. 각 신설 회사의 분할 기일은 내년 2월 1일이다.
세 곳 스튜디오는 각각 △쓰론앤리버티(TL) △LLL △택탄의 개발을 맡는다. 이들 스튜디오의 대표는 각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최문석 캡틴, 배재현 시더, 서민석 본부장이 내정됐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조직인 엔씨 리서치도 분할해 AI 전문 기업 엔씨 에이아이(AI)를 설립한다.
◇ 본사 중심에서 스튜디오 체제로…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대응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사업 부문별 사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해 경영 위험의 분산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엔씨는 설립 이래 줄곧 본사(HQ) 중심의 개발 기조를 유지하며 인력과 기능을 집중해왔다. 이는 '리니지'라는 강력한 IP와 함께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비대해진 몸집은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주요한 의사 결정을 둔화시키고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부진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엔씨가 공개했던 신작 다수는 게임성을 떠나 출시 적기를 놓치며 연이어 부진했다. 이로 인해 엔씨는 최근 3분기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하며 12년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서는 위기를 겪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중앙 집권 체제의 경영 기조는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30년 가까이 커온 엔씨소프트이다보니 어떤 타성에 젖은 부분도 있으며, 이는 창의성에서도 무뎌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리니지 IP가 워낙 강력하니 주변에서 어떤 시도를 해도 굳건했지만,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해 체질 개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사되는 엔씨의 독립 스튜디오 IP 중 하나로 배정된 TL의 경우 이미 개발력을 증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TL은 글로벌 출시 한달 만에 이용자수 452만명을 넘어서며 스팀 최고 판매와 이용자 수 순위에서 모두 최상위권을 이어간 바 있다. 콘솔 플랫폼에서도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지역에서 10월 플레이스테이션(PS) F2P 게임 중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엔씨가 완전 스튜디오 체제로 스핀오프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등 체질 개선을 한다면 새로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 넥슨·크래프톤, 스튜디오 체제 체질 개선 긍정적 선례…엔씨, "4분기 중 마무리"
엔씨소프트에 앞서 넥슨과 크래프톤은 일찍이 스튜디오 체제로 체질을 개선하며 성공한 사례다. 넥슨은 2018년, 크래프톤은 2020년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며 빠르게 게임 시장에 대응했다.
넥슨은 2019년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올 만큼 위기를 겪었으나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 스튜디오 체제를 통한 개발 전문성 강화를 통해 현재 연 매출 4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크래프톤 또한 국내외 10여개의 스튜디오를 앞세워 빠르게 신작을 배출하며 'NEXT 배틀그라운드' 찾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는 3분기만에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수직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태 교수는 "넥슨은 故 김정주 회장이 있을 때부터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며 "초창기부터 젊은 팀장과 리더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IP 성장에 힘을 실어 현재의 성장까지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엔씨는 이번 분할 안건 등을 4분기 중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선 타 게임사 대비 비대했던 본사 인력을 조정해 지난해 말 기준 5000명 이상이었던 본사 인력을 3000명대로 줄이기 위한 희망 퇴직과 분사를 진행 중이다. 전체 인력 감소로 고정비 부담을 완화하고, 개발 환경 개선을 통한 전문성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김택진,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는 "게임 개발 부문의 독립은 엔씨소프트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신규 IP 개발은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나아갈 것이며 이번 사례가 모범이 되어 새로운 개발 시스템과 문화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와의 갈등을 완만히 봉합하는 것도 관건이다. 엔씨 노조는 앞서 엔씨큐에이와 엔씨아이디에스 분할 및 구조조정 때도 반발한 바 있다. 노조는 오는 28일 분할계획서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일에 맞춰 엔씨 사옥 지하 1층에서 고용안정 촉구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엔씨 노조 측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했다"며 "우리의 고용안정은 회사가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한다"고 밝혔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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