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하림지주가 공시 오류를 범하는 황당한 행보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계열사인 하림산업의 부문별 매출을 바꿔 기재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같은 오류를 자체적으로 발견하지 못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고 설명해 상장회사로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2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지난 2분기 보고서에서 하림산업의 조미식품(갈비탕 외) 매출을 99억5400만원으로 공시했다가 오류를 뒤늦게 발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시 수치는 전년 동기(50억1200만원) 대비 98.6% 늘어난 수준이다. 면류(장인라면 외) 매출은 전년 동기(84억7400만원)보다 15% 줄어든 72억4600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공시는 엉터리였다. 실제로는 면류의 매출이 99억5400만원, 조미식품이 72억4600만원이었는데, 두 항목을 바꿔 기재했던 것이다.
문제는 하림지주와 하림산업 모두 이같은 오류를 3분기 실적 공시 이후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림산업이 공들이고 있는 라면 사업이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역성장했다는 보도가 뒤따랐음에도 공시 기재 오류를 알아채지 못하다가 언론보도 이후에야 바로잡았다.
특히 면류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힘을 집중하는 대표적인 사업이어서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더미식' 출시간담회 때 김 회장이 직접 면을 라면 삶기 시연을 보였을 정도로 브랜드 키우기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하림을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도 담겨있다.
이 때문에 단순 기재 오류 해프닝으로만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는 김 회장이 앞장서 챙기는 라면 부문 매출이 30% 이상 성장했는데, 이를 역성장이라고 대내외적으로 발표했던 잘못을 빠르게 바로잡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에대해 하림지주 관계자는 "공시 오류는 기사를 통해 인지했다"라며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닌 공시 항목에 대한 단순 기재 오류"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시 오류가 '단순'이라는 해명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공시는 회계부서와 외부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쳐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기업의 실적으로서 투자자에게는 기업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것이며, 허위공시에 대해서는 금융투자 관련 규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하림의 실적공시에 대한 인식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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