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리스크 2연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정치적 분수령'으로 꼽히는 위증교사 혐의가 무죄가 나오면서 한고비는 넘겼기 때문이다. 당내서도 안도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 대표 눈앞에 놓인 재판은 아직 4건이 남았다.
이 대표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1심)를 선고하자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반응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첫 사법리스크 관문이 유죄가 나오면서, 이 대표는 물론 당내서도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1심이긴 하지만 '의원직 상실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만큼, 위증교사 혐의까지 중형이 선고된다면 '단일대오'로도 리더십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위증교사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직후, 소속 의원들과 지지층의 박수 속에서 서울중앙지법을 나온 이 대표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 국민이 겪는 어려운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며 민생을 강조했다. 국회에 복귀해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필귀정 아니겠는가"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 소속 의원들도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불과 10일 전 "정치 판결 유감"이라며 반발한 것과 정반대 반응이다.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정진욱 의원은 1심 선고 직후 <아이뉴스24>와 만나 "무죄를 확신한 것은 법리가 필요 없는 단순한 구조였기 때문"이라며 "위증 교사의 경우,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인데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라는 것' 이외에 다른 말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관된 내용을 말해야 교사가 되는 것인데, (이 대표는) 교사의 구성 요건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동아 의원도 "당연한 판결 상식과 공정한 재판으로 인해 (무죄)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검찰 독재의 종식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무죄는) 당연히 예상했고, 사법부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면서 "증거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심리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진실을 밝혀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로써 '11월의 악몽'으로 꼽혔던 사법리스크 2연타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 대표 입장에선 '당대표 리더십' 타격과 비명(비이재명)계 활동 범위를 넓혀주는 '최악의 수'는 피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공직선거법 1심 유죄에 따른 여파는 해소되지 않았다. 위증교사라는 한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3개 고비가 남아있다. 더욱이 선거법과 위증교사 2심 재판도 이 대표 입장에선 잠재적인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의 경우 이 대표는 유죄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어 항소했지만, 유죄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반면 위증교사 혐의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위증 혐의를 받는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모씨는 재판부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이 대표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 부탁으로 허위 증언했다고 자백했고, 법원도 이 대표의 교사행위로 김씨가 위증했다며 김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며 "그런데 이 대표에 대해선 위증교사 범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와 증거관계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소 방침을 세웠다.
여당에서도 "위증이 인정되면서 위증교사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는 극히 예외적"이라며 재판부 판단에 의문을 드러냈다. 더욱이 2심에선 판결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이 대표가 김씨에게 위증을 교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자신의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며 스스로 위증했다는 상식 밖의 판결"이라며 "1심 재판부의 말대로 이 행위가 '통상의 변론 활동'으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돈과 권력을 가진 피고인들은 누구나 증인과 접촉해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서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부분은 법 상식에 명백히 어긋나기 때문에 상급심 판단에서 바로 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웅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변론요지서를 보내줄 테니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한 점은 명백한 위증교사라고 봤다"며 "이게 무죄가 되면 앞으로 위증교사로 처벌할 경우가 거의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 검찰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피고인이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면서 "일단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다른 재판과 항소심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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