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두고 외식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점주들의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고려할 때, 가격에 차등을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있는데, 문제는 소비자다. 이중가격제를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큰 탓에 쉽사리 전면 도입을 선언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내년 초부터 적용될 예정인 상생안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배달 매출 상위 35% 점주들을 제외하면 기존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있기에 이중가격제를 일률적으로 도입할 경우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내년 초부터 회원사 중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달 매출 비중이 큰 메이저 치킨 브랜드 등을 시작으로 점차 권고 업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수수료 등을 고려해 매장 음식 가격보다 배달 음식 가격을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는 지금도 일부 업체나 자영업자들이 적용하고 있지만 해당 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내거나, 업종별로 일률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드물었다. 소비자 심리상 이중가격제 도입을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협회가 이중가격제 공론화에 나선 건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인 '배달앱 상생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장기간 마라톤 회의 끝에 마련된 배달앱 상생안이 내년 초 시행되면 배달 매출 상위 35% 점주들은 2만5000원 미만 주문을 받을 때 지금보다 내야 하는 비용이 소폭 늘어난다. 중개 수수료는 9.8%에서 7.8%로 낮아졌지만, 배달비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매출 상위 점주들은 대부분 치킨 프랜차이즈 등 배달 비중이 큰 대형 프랜차이즈 점주들이다.
협회 측은 "아직 구체적인 권고 시점이나 권고 브랜드를 정한 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상생안 시행 시 되레 이전보다 비용 부담이 커지는 점주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더 이상 점주들의 피해를 두고 볼 수 없어 이중가격제를 독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여전히 이중가격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매장 고객 비중보다 배달 비중이 월등히 높은 치킨 프랜차이즈 등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자칫 소비자 저항에 직면해 배달 수요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사실 가격을 올리든, 이중가격제를 하든 해법을 마련해 달라는 점주들의 요구가 상당하다"면서도 "하지만 가격 예민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결단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돌아서면 타격이 상당하다. '총대'를 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매출 상위 35% 제외한 점주들은 기존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상황에서 이중가격제를 일률 도입할 경우, 상생안 취지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소비자 반발은 물론 배달업계, 정부와의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어렵겠지만 점주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일종의 합의점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점주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고통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중가격제가 불가피한 면도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존보다 비싼 비용을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적정선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더해 장기적으로 배달앱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업체와 점주, 고객 모두 노력해야 현재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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