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배달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배달앱과 외식 자영업자 사이 대립을 넘어 자영업자 간 내분으로 번지고 있다.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점주 등은 반발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이 낮은 자영업자나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선 환영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우여곡절 끝에 도출된 상생안에 대한 셈법이 복잡한 탓이다.
1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최근 110여 일, 12차례 회의 끝에 최종 상생안을 내놨다. 상생협의체는 10% 수준까지 올라간 배달 수수료로 갈등을 겪고 있는 배달앱과 입점업체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자율 협의체다. 주요 배달앱 4사(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와 입점 업체를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상인협의회, 업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공익위원·특별위원 등이 참여했다.
수차례 평행선을 달린 끝에 극적으로 도출된 최종 방안은 거래액 기준 상위 35% 입점업체에는 중개수수료 7.8%·배달비 2400~3400원을, 상위 35~80%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 6.8%·배달비 2100~3100원을 차등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나머지 80~100%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 2.0%·배달비 1900~29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에 대해선 중개이용료와 배달비를 받지 않는다. 이는 배달앱 업계 1위 사업자 배민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상생안과 동일한 상생안이다. 2위 사업자 쿠팡이츠는 더 높은 수준의 수수료율 제시했지만 논의 끝에 의견을 굽혔다. 합의된 내용은 내년 초부터 향후 3년간 시행된다.
최종 상생안에 대한 의견은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갈리고 있다. 상생안이 결정된 12차 회의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협의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는 불복한 뒤 퇴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측이 반대 입장을 내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눈에 띈다. 배달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외부에서 내부로 옮겨붙어 가는 모양새다.
반대 입장을 밝힌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는 단체 특성상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 배달 비중이 큰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경향이 짙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상생안이 허울뿐이라고 지적한다. 최대 7.8%의 수수료율은 배민이 최근 3% 인상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뿐 의미 있는 변화라 보기 어렵고, 그마저도 입점업체 요구인 상한 5%, 공익위원 중재인 상한 6.8%보다 높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수수료율을 낮춘 대신 배달비를 높인 점도 전형적인 '꼼수'라고 주장한다. 최대 500원의 배달비를 더 내야 하는 매출 상위 35% 매장은 2만5000원 미만 주문을 받을 경우 되레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액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줄어든다지만, 결국 갈등의 본질인 배달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부담은 여전하거나 더 과중해졌다는 것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2만원대 이하 음식 배달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전형적인 눈속임이다. 결국 배달 비중이 큰 업체들에서 수익 대부분이 나올 텐데 말뿐인 상생인 셈"이라며 "특히 상생안에 참석한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는 사실 배달 관련 종사자가 거의 없는 단체다. 이들의 동의만 받고 상생안을 내놓은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수료 절감 효과가 클 비(非)프랜차이즈 영세 입점업체 등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상생안에 찬성하고 있다.
특히 반대 측 주장과 달리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될 점포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배민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상생안 시행 시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는 점주 20만명 중 매출 하위 20%에 속하는 4만명은 평균 객단가(2만5000원) 주문을 100건 수행하면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합한 부담이 현재보다 36%(19만5000원) 줄어든다. 이는 배민이 지난 7월 수수료를 인상하기 전(6.8%)과 비교해도 부담이 33% 줄어든 수준이다. 또 매출 상위 35∼50% 구간과 상위 50∼80% 구간에 속하는 점주 약 9만명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지금보다 각각 10%(5만5000원), 14%(7만5000원)의 부담 비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고사 위기에 놓인 영세 자영업자의 절박함이 더 큰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매출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이름도 없이 오직 자신의 상품성을 바탕으로 맨몸으로 장사에 나서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몇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소상공인들은 10%에 육박하는 수수료율에 당장의 장사를 걱정할 정도로 절박한 처지에 내몰려 왔다. 한시라도 중개수수료율 인하가 시급한 영세 소상공인 입장에서 (이번 상생안은) 상생협의체가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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