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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과학기술 정책 '혁신‧강국' 도약 가시화?…현실은 대략 난감


‘R&D 카르텔 블랙홀’에 빠진 과기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격변의 시기에 윤석열정부 출범 후 2년 반 동안 과감한 개혁과 도전,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과학기술·디지털 강국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가 17일 윤석열정부 출범 후 2년 반 동안의 과학기술 정책을 두고 내놓은 평가 자료이다.

정부가 내놓은 평가 자료와 달리 과학기술계 현장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듯 이번 정권 인사와 친한 특정 인물이 연구개발(R&D) 예산을 독식하는가 하면 우주항공청을 둘러싼 불협화음 등이 이어지고 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정부 과학기술 디지털 분야 성과와 향후 추진계획’과 관련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정부 과학기술 디지털 분야 성과와 향후 추진계획’과 관련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여기에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등 혁신을 주장하면서 제대로 된 보완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하 기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늑장 임명을 하거나 제대로 된 인물이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연구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과기정통부는 윤석열정부 과학기술·디지털 분야 핵심 국정과제로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 △과학기술 시스템 재설계·효율화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 △디지털 인프라 혁신, 민생 안정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데 매진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대 게임체인저 선도국 도약의 청사진 제시, 인공지능(AI)·디지털 경쟁력 제고와 국민체감 확산 등 12개의 대표적 성과를 도출했다”고 자평했다.

윤석열정부는 국가 생존 전략이자 미래성장동력으로 AI·반도체·첨단바이오 등 12대 국가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모빌리티, 차세대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만든 것을 성과로 제시했다. 총 3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는 거다.

우리나라를 대한민국 ‘뉴스페이스 시대’로 이끈 것도 성과 중 하나로 제시했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와 달 탐사를 위한 다누리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됐다고 추켜세웠다.

미국 항공우주청(NASA)과 한미 우주협력을 우주동맹으로 격상시켰고 한국형 NASA인 우주항공청을 2024년 5월 개청해 대한민국 우주경제 시대를 열었다고 내세웠다.

이를 두고 우주 과학계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주항공청 개청은 우주과학계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였다. 개청부터 한계를 안고 출범했다는 지적이다. 우주 분야는 특정 부처의 임무가 아니라 국방부, 국토부, 해수부, 환경부 등 전 부처의 역할이 중요한데 과기정통부 산하 청으로서 이런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런 지적에도 우주청으로 개청하면서 이어진 불협화음은 더 답답한 상황을 연출했다.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는 이전 정부 때부터 계속돼 온 사업으로 윤석열정부에서는 ‘발사’만 했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정부만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어불성설이란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현재 이슈가 되는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우주청의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보면 연구기관은 연구자의 지식재산권을 승계해 소유권을 갖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차세대발사체 사업의 주관연구개발기관이고 개념설계와 시스템설계, 예비설계까지 모든 설계를 수행하고 체계종합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은 참여할 뿐이다.

체계종합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은 예비설계 단계의 개발시험부터 항우연과 공동으로 수행하며 제작도면을 작성해야 하는 상세설계부터 주관한다.

즉 발사체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은 항우연이 갖는 데 당연한데 최근 한화가 공동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과학기술계 노조 측은 “연구자들의 차세대발사체 설계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무슨 권한으로 한화가 공동소유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인가”라며 “누리호의 2배, 5배, 9배가 되는 발사체를 만들겠다는 업체에 협력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갈취하고 협력업체들을 해체시키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업체에 무슨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이 문제에 대해 협의체를 만들어 대처하겠다고 올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 있다. 우주청 관계자는 “현재 우주청을 중심으로 항우연과 한화 등 관계되는 이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는 방안 등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탄소중립 이행 등에 대응해 미래에너지 기술을 확보하고, 원자력 생태계를 재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성과로 꼽았다.

소형모듈원자로(i-SMR), 고온가스로(HTGR) 등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실증 추진 방안’을 등을 토대로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R&D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혁신·도전형 R&D 확대 등 선도형 R&D로 혁신 등을 통해 2025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29조7000억원 편성했다는 점도 성과로 내세웠다.

민간이 스스로 하기 어려운 혁신·도전적 연구, 인재를 키우는 연구 등에 국가R&D 예산을 집중했고 대규모 재정 투입 전에 타당성을 검증하는 R&D 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는 이런 자화자찬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윤석열정부 2년반 동안 처절하게 후퇴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른바 ‘R&D 카르텔’이란 키워드가 윤석열정부의 주요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실체성도 없는 ‘R&D 카르텔’로 과학기술계가 초토화됐다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R&D 카르텔을 없애겠다고 하더니 윤석열정부 들어 특정 인물과 관련된 예산이 대폭 증가해 오히려 ‘R&D 카르텔’을 부추겼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 과기계 원로는 “(윤 대통령이) 몇몇 과학계 원로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특정 인물이 R&D 카르텔이란 키워드를 내놓았고 이후 과학계에 폭풍처럼 다가갔다”고 전했다.

과학기술계 노조 측은 “신진연구자들을 위해 연간 3000만원, 5000만원 수준의 생애기본연구 R&D 과제 수 천개를 없애버리고 1600억원 이상의 해당 예산을 단 5일만에 위법적으로 삭감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들을 위해서라면 세부 사업의 내역사업 과제로 숨겨서 수백억원짜리 사업과 예산을 기획해 주는 중심에 과기정통부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상임 장관이 취재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구혁채 기획조정실장,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 황판식 연구개발정책실장, 한명 건너 임요업 과학기술혁신조정관, 유상임 장관, 송상훈 정보통신정책실장,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오른쪽부터). [사진=과기정통부]
유상임 장관이 취재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구혁채 기획조정실장,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 황판식 연구개발정책실장, 한명 건너 임요업 과학기술혁신조정관, 유상임 장관, 송상훈 정보통신정책실장,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오른쪽부터). [사진=과기정통부]

국가 임무 중심 연구 거점으로서 정부출연연구소 역할을 재정립했다는 점도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 성과로 거론됐다. 과기정통부 측은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해 우수 인재 채용 등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는 한편, 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전략기술 등 국가적 임무 달성을 위해 협력하는 글로벌TOP 전략연구단을 출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를 내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출연연 재정립을 강조했는데 출연연을 관리 감독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임명을 몇 개월 동안 미루면서 산하 기관장 인사가 연쇄적으로 연기되는 등 혼란이 불거졌다.

글로벌TOP 전략연구단을 출범시킨 것도 우리나라로서는 이득이 될 게 없다는 진단이 앞선다. 글로벌 TOP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는데 ‘돈은 돈대로 글로벌 연구단에 들어가고 우리가 습득할 수 있는 기술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연구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과학성과와 기술 습득을 따라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과학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나누는 것이 상식인데 이를 만들기 위한 기술 습득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즉 과학기술에서 앞서 있는 글로벌 국가와 연구를 수행할 때 과학성과만 공유하고 관련 기술 습득은 여의찮을 것이란 분석이다.

과학기술계 노조 측은 “윤석열정부는 혁신 주체의 연구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 네트워크의 재구성을 추진하는 등 연구 생태계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보다는 정부 관료와 이익집단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R&D 예산을 유지⸱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윤석열정부 전반기의 개혁과 성과를 발전시켜 2030년 과학기술 3대 강국으로 도약하고, AI·디지털 혁신을 통해 국민이 삶 속에서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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